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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과도한 티켓 할인경쟁··· 영세극단 생존위기에

불황속 유일한 관객유인책··· 인기 작품마저 50% 할인<br>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동참 "얼마나 버틸지···" 속앓이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뮤지컬 ‘렌트’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불황에 허덕이는 공연계의 가격할인 경쟁으로 영세한 공연 기획사와 제작사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대형 공연과 인기 작품들이 예외 없이 가격을 낮추자 다른 작품들도 할인율을 높여 티켓을 덤핑 판매하고 있다. 경제 한파로 주머니가 얇아진 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소규모 극단과 제작사는 '덤핑'을 버텨낼 뒷심이 없어 파격세일의 도미노 속에서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영화 관람료면 연극 한편 볼 수 있어= 1월부터 대학로는 그야말로 '폭탄 세일'에 들어섰다. 통상 2만~2만 5,000원 정도로 책정되는 연극이 1만~1만 5,000원이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극 '매직룸'은 직장인은 1만 원, 청소년은 5,000원에 볼 수 있다. 코미디극 '룸넘버 13'의 관람료도 평일 낮 공연은 1만 원, 저녁 공연은 1만 5,000원이다. 관람료를 40~50%나 할인한 공연도 상당수다. 그것도 대부분 인기 작품들이다.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8년 전 가격으로 돌아간다'며 3만 3,000원이던 평일 공연의 가격을 2만 3,000원으로 낮췄다. 연극 '용띠 위에 개띠', '그대를 사랑합니다'도 평일 티켓값을 40%까지 낮췄다. 뮤지컬도 예외가 없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신년할인을 내세워 예매자 본인에겐 30%, 동반인은 50% 깎아준다. 뮤지컬 '렌트', '신행진 와이키키'도 요일별로 30~40% 할인해준다. ◇공연계의 유일한 관객 유인책= 공연계에 거센 할인 바람이 부는 이유는 관객이 워낙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안광용 트라이프로 대표는 "할인을 빼곤 백약이 무효"라며 "가격을 1만 원만 낮춰도 관객이 들어오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그 동안 대학로에 만연했던 가격 할인 이벤트도 한 몫 했다. 늘 가격 할인 행사가 진행되니 정가 보다 싸게 공연을 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인식됐다. 한 연극 제작사 관계자는 "관객들이 정가를 2만 원으로 책정하는 것보다 2만 5,000원으로 정한 뒤 각종 할인 이벤트로 5,000원을 깎아주는 걸 확실히 선호한다"며 "경기가 안 좋으니 기존에 진행하던 이벤트의 할인율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세극단, 생존 위기에 내몰려= 인기 작품들 마저 할인에 뛰어들며 공연계의 가격 낮추기는 가속화되고 있다. 정가를 유지해선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다. 공연계의 파격세일과 관련 대형 제작사와 극단은 어렵긴 해도 버틸 순 있다는 입장이다. 안광용 대표는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관람료를 3만 5,000원에서 2만 1,000원으로 낮췄지만 그래도 흑자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영세 극단과 제작사들.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과도한 할인경쟁에 동참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문화평론가 김성수씨는 "대형 작품의 티켓을 절반 가격으로 내리니 작은 공연단체는 체력도 안 되는데 쫓아갈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영세한 극단이 얼마나 버티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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