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래 미국∙중국∙일본 등 '빅3' 국가들이 이끄는 세계 증시 호황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랠리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제조업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등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시장에서는 채권으로 몰렸던 자금이 위험자산인 증시로 옮겨가는 '대전환(great rotation)'이 시작됐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최근의 증시 호황이 각국의 무차별 양적완화가 만들어 낸 거품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등 가파른 랠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가장 큰 배경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9월과 12월에 3차 양적완화(QE3) 결정을 내리면서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돈 풀기에 나선데다 일본은행도 지난달 중순 2%의 물가목표를 도입하면서 무기한 완화 정책을 펴기로 하는 등 글로벌시장에는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경기악화에 대한 우려는 빠르게 걷히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 제조업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1월 제조업 지수는 전월(50.2)은 물론 시장 예측치(50.6)를 가볍게 뛰어넘으며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3.1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앞서 HSBC가 집계한 1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2.3포인트를 기록해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제조 경기 호조에 힘입어 글로벌 제조업 경기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날 JP모건과 시장조사 업체 마킷이 발표한 1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해 12월의 50.1포인트에서 51.5포인트로 상승, 9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오름폭을 나타냈다.
살아나는 제조업 경기는 일자리 창출과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분야에서 새로 창출된 일자리 수가 15만7,000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15만5,000개를 웃도는 수준이다. 소비심리도 빠르게 개선, 톰슨로이터∙미시간대가 발표하는 1월 미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72.9)보다 높은 73.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미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1만4,000포인트선을 뚫고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는 미국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면서 위험자산인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이라는 '대전환' 기대가 크게 작용했다.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의 존 플래빈 애널리스트는 "기업실적 개선과 강력한 양적완화 등에 힘입어 당분간은 글로벌 증시의 동시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투자기관협회(ICI)의 데이터를 인용해 "최근 10여년 동안 세 번째의 증시자금 쏠림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기술주 장세와 2006년 대세 상승기와 비슷한 호황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증시 랠리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대전환이 증시를 사상 최고치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의 증시 호조가 통상 연초에 주가가 오르는 '1월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주간 증시로 유입된 돈이 2000년 4월 이래 가장 많은 207억달러에 달하는 등 올 들어 증시 상승세가 매우 가팔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단정 지을 만큼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또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여전히 증시로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점이 본격적인 대세 상승기로 돌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대규모 자금유입이 중앙은행들의 과도한 양적완화에 따른 거품이라는 경고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전세게 증시의 저평가 메리트는 끝났다"며 "어느 순간이 되면 시장이 중앙은행의 과도한 개입을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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