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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세 경쟁 가세한 미국, 증세하려는 한국

미국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8%로 7%포인트나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미국, 그것도 공화당과 달리 감세에 소극적인 민주당 정권이 법인세를 낮추겠다고 해서 세계가 주목한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를 촉진해 경제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취지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감세에 따른 세수는 각종 비과세 및 감면 대상을 축소해 보전한다고 하니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조세원칙에도 맞다.

미국의 이번 세제개편 추진은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당연히 주시해야 한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 일고 있는 감세경쟁에 가세했으며 그에 따라 미국과 세계경제에 크든 작든 영향이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법인세 인하안은 자국 기업의 본국 회귀를 촉진시키는 데도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 미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일본(40%) 다음으로 높아 기업의 해외 탈출을 가속화하는 부작용을 빚었다. 전체 미국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의 절반이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니 심각성을 알 만하다. "해외로 일자리를 수출하는 기업에 보상하는 것을 중지하고 미국 내에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에 보상할 것"이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는 이런 속사정이 깔려 있다.

미국 정치권은 요즘 약간의 수준 차이만 있을 뿐 기업친화적 정책을 통해 국가경제를 재건하자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공화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밋 롬니는 비과세 축소 없이 법인세를 25%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반면 우리 정치권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추진을 무산시킨 데 이어 20%가 적용되는 중간세율 과표 대상조차 대폭 축소해버렸다. 민주당은 오히려 중견ㆍ대기업에 대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국내에 잘 있는 기업조차 해외로 쫓아낼 판이다.

법인세 인하로 대기업만 혜택을 본다는 주장은 편협하거나 짧은 단견의 소치이다. 법인세 조정은 경기와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히 세수로만 따질 일도 아니다. 복지수요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을 염려한다면 미국처럼 각종 비과세와 감면조치를 축소하는 대신 법인세를 낮추는 것도 유력한 방안이다. 세계적인 법인세 감세조류를 뻔히 목격하면서 우리는 왜 뒷걸음질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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