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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잉여농산물 활용하자

한ㆍ칠레 FTA에 이어 한ㆍ미 FTA까지 체결돼 지금 우리 농민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물밀 듯 밀려들어 우리 식탁을 차지하고 뒷전으로 밀려난 우리 농산물을 생각하면 농민들의 걱정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농업은 이 세상의 가장 으뜸이 되는 근본’ 즉 ‘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큰 글귀를 기둥에 써놓고 농사를 부(富)의 상징처럼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농업이 주된 시대에서 이젠 과학기술과 첨단 정보화 시대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첨단기술 1개가 수백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 농촌도 시대상황에 맞게 변해야 한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쌀이나 보리 등 주요 농산물로도 얼마든지 바이오연료 등 다른 용도의 기술개발이 가능하다. 문제는 농민들의 현실 안주다. 옛날부터 관행처럼 돼버린 파종-수확-수매 또는 식용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만으로는 지금처럼 어려운 농촌현실을 타개해 나갈 수가 없다. 남미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ㆍ콜롬비아에서는 관련법 제정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주요 농산물인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으로 만든 바이오연료를 개발해 농가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에탄올 생산국인 브라질은 주요 농산물인 사탕수수를 이용해 지난해 172억ℓ의 에탄올을 생산, 전세계 생산량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도 옥수수 생산 증가분은 주요 식용이 아닌 바이오연료 제조원료로 사용해 옥수수 생산량이 무려 48%나 증가했으며 몇몇 주에서는 옥수수 재배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버려진 논에서 재배한 쌀로 바이오연료용 쌀인 인디카종의 시험재배에 착수했다. 바이오연료를 많이 쓸수록 그 만큼 농산물의 판로가 늘어나게 되고 나아가 농가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평균 쌀 3,500만석 정도를 생산하고 있으나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을 보면 지난 70년 136.4kg에서 작년에는 78.8kg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생산조정제도를 시행, 휴경 및 작목전환을 통해 쌀 재배면적이 적정 수준으로 축소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으로 잉여농산물을 줄일 수 있다는 발상은 천만의 말씀이다. 인위적인 생산량 감소 정책보다는 우리도 쌀과 보리를 이용한 바이오연료를 개발해 고갈돼가는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농촌이 살 길이다. 농민들이 직접 제조한 바이오에탄올은 각종 농기계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어 영농자금 절약으로 인한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자도 쌀과 보리를 이용, 알코올 95%의 1.5ℓ 주정을 생산해 오토바이 주행실험을 한 바 있지만 성능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미국은 바이오연료 전용차량 비율을 오는 2015년까지 85%로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규모 면에서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바이오연료 등 친환경 에너지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우리도 이 같은 국제화 흐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민들의 역발상이 절실하다. 농산물이 바이오연료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정부 측을 압박하는 ‘범농민운동’이라도 펼쳐야 한다. 그것도 안되면 농가에서 쌀과 보리ㆍ과일 등을 이용해 한정된 규모의 술을 직접 제조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 측에 촉구해야 한다. 농산물 생산을 인위적으로 줄이기 보다는 생산된 농산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는 말이다. 돈 몇 푼 쥐어주는 얄팍한 술책으로는 우리 농업의 미래는 없다. 휴경지 보상은 결코 농민들의 자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잉여농산물 대책이라는 명분으로 생산량 조절과 경작면적 축소, 그리고 작목전환이라는 정부의 구시대적 농업정책에 박수를 칠 것인가. 법과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정부 측에 과감한 제도 개혁을 주문해서라도 농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농업정책을 펼쳐 달라고 요구하는 것만이 FTA시대를 타개할 수 있는 첩경임을 330만 농민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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