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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노희웅 행남자기 대표


“이런 형태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도 다 사연이 있어요. 도자기가 단순한 공산품과 다른 예술적 성격을 지녔다고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서울 서초동 행남자기 본사 1층에 들어서자 전시장을 가득 메운 수백 종류의 도자기들이 장관을 이룬다. ‘예쁘다’를 연발하는 기자에게 노희웅 행남자기 대표(66ㆍ사진)는 연꽃형태의 대접, 회오리 같은 나선형 무늬, 독특한 굴곡의 사각접시 등 다채로운 형태의 제품을 보여주며 ‘불과 흙의 예술’인 도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그가 40여년 간 도자기업계에서 외길을 걸어온 데는 도자기에 대한 이 같은 애정이 밑거름이 됐다. 노 대표는 지난 1974년 행남자기 수출용 도자기 공장에 처음 입사하며 처음 도자기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일제강점기인 42년,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몇 안 되는 회사로 출발한 행남자기는 당시 해외 수출을 막 시작하며 세계적 도자기업체로 커 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다. 특히 전남 목포에 세워진 수출용 도자기 공장은 70년대에는 최신 설비로 채워진 수출의 최전방 기지였다. 부푼 꿈을 안고 회사에 입사한 그는 단순히 직장을 얻었다는 것을 넘어 자신이 생각하는 보람 있는 일을 하게 됐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예전에는 도자기는 있었지만 궁중에 가면 커피잔은 없었다”며 “우리에게 남겨진 가장 소중한 민족유산 중 하나가 도자기 문화라고 배웠는데 도자기회사는 이를 계승해 미래형 도자기로 재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무역, 기획실, 품질관리, 생산관리 등 전 부서를 거치며 조직을 정비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던 그는 특히 행남자기를 69년간 노사분규가 없는 회사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그가 임원을 맡고 있던 87년, 외부 노동단체가 행남자기에 대규모로 위장취업해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우며 분규를 조장했던 것이다. 그는 “부모가 자식들이 떼를 쓴다고 모든 것을 줄 순 없지만 진실성을 보여준다면 섭섭하더라도 나중에 웃을 수 있다”며 “노동조합과 가장 맞닿아 있는 자리에서 회사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어준 결과, 외부세력도 노조장악에 실패하고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일로 사내외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된 그는 행남자기가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며 위기에 몰렸던 지난 2005년, 사장으로 발탁돼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1942년부터 국내 최장수 도자기업체로 군림해온 행남자기 역사상 첫 전문경영인이 된 것이다. 취임 후 그는 사원들을 통합하고 애사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사업적으로도 혁신적인 분위기를 불러 일으키며 위기 극복을 주도했다. 특히 저가 중국산 도자기들이 범람하던 시장환경 속에서 행남자기를 확실한 고급도자기 반열에 올려놓는 일은 그에게 떨어진 최우선 과제였다. 지난 2006년 행남자기를 명품도자기 반열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인 ‘디자이너스 콜렉션’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바로 이것이다. 디자이너스 콜렉션은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사진작가 김중만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이나 덴마크의 명품도자기업체 로얄 코펜하겐의 디자이너 한스 한센 등 유명 해외 디자이너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디자인을 강화한 프리미엄 생활도자기이다. 올해는 이탈리아출신 건축 디자이너 마우리치오 두란티와 진행한 합동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새롭게 출시될 예정이다. 도자기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진출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본차이나로 만든 최고급 욕실용품 브랜드 본(Vohn)을 선보인 것이다. 론칭 후 얼마 되지 않아 세계적 경기침체가 불어 닥쳐 지금까지 매출비중은 미미했지만 올해부터는 베트남, 중국, 중동 등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해 2~3년 후에는 욕실용품을 탄탄한 사업부문으로 올려놓겠다는 구상이다. 노 대표는 “도기가 아닌 본차이나로 욕실용품을 내놓는 회사는 행남자기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두 군데 밖에 없다”며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 들어가는 나라마다 틈새상품으로 ‘본’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본차이나는 도기와 달리 투명한 유약을 써도 그 자체로 순백의 빛깔을 가지고 있는 데다 강도가 단단하고 흡수율이 낮아 고급 욕실용품의 재료로 알맞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창사 70주년을 한해 앞두고 행남자기는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준비작업도 한창이다. 식기뿐 아니라 타일, 우주선용 내열재 등 도자기 소재의 활용분야가 무궁무진한 만큼 성장동력 발굴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주력부문인 식기사업과의 식품사업부문의 시너지효과도 확대해 식품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는 “비록 시대를 지나치게 앞서 나가 실패하고 말았지만 행남자기는 삼성전자 보다도 앞서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며 “지난 69년간 성공한 사업도 있고 실패한 사업도 있지만 조용히 새로운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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