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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여러분, 고급 월급쟁이는 곤란합니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사명감과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열정, 진실을 발견하겠다는 집념을 가지세요." 26년 동안 검찰에서 재직하며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을 거쳐 법제처장을 역임하고 지난 1997년 공직을 떠난 김기석(70ㆍ사법시험 1회) 변호사가 검찰에 첫발을 들이는 후배들에게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당부의 말'이다. 검찰동우회가 펴내는 '검찰동우' 최신호에 특별기고한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못 쓴다-초임 검사들에게 주는 선배의 조언'이라는 글에서 김 변호사는 "검사는 청렴ㆍ결백ㆍ도덕성으로 무장하고 그 위에 전문지식ㆍ교양ㆍ상식ㆍ경험 등을 쌓아 범죄자를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그때그때 적당히 넘기려 한다면 한낱 고급 월급쟁이에 불과하게 된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검사는 임명된 지 3∼5년 이내에 성격, 특징, 인품, 장기, 전문적 능력, 청렴도 등 모든 것이 평가되고 고정화되는 만큼 출발선에서부터 올바른 방향을 잡고 부단한 노력해서 검사로서의 자세를 굳건히 세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이러기 위해서는 부장검사ㆍ차장검사들의 지도가 중요하다. 접촉하는 빈도가 많고 지도를 받다 보면 부장검사ㆍ차장검사의 성향을 많이 닮아가기 때문"이라며 검찰 선배들의 애정 어린 노력을 강조했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매어 쓸 수 없다'는 속담을 상기시킨 그는 신속보다 정확이 더욱 중요하다는 훈수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므로 엄정공평ㆍ공명정대해야 하며 권력이나 재력 또는 친소관계에 구애 받지 않아야 한다"며 추상 같은 검찰권 행사를 거듭 주문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시국사건에 대한 잇단 무죄 판결을 계기로 불거진 법원과의 갈등을 예견이라도 한 듯 "법원은 권위의 최후의 보루이므로 존중해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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