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엔저로 일본에서 장롱 속 다이아몬드를 파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다이아몬드 수입국 2위였던 일본은 중국과 인도 등으로 넘치는 다이아몬드를 수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일본 거품경제 시기였던 지난 1980년대 보석을 사들였던 세대가 고령이 되면서 장롱 속에 묵혀뒀던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을 내다 팔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의 64세 주부 미쓰코씨는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팔며 "장롱 속 다이아몬드를 묵혀두기보다는 팔아서 여행을 가거나 저녁 식사를 하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리주얼리협회의 다카무라 슈조 전무이사는 "최근 일본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필요없는 것을 끊고 버려 인생을 정리하자는 '단샤리(斷捨離)' 열풍이 불고 있다"며 "이들이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을 파는 것은 이를 실천하고 단순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고령자들이 인생의 마지막인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는 활동인 '슈카쓰(終活)'를 위해 귀금속을 팔아 현금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에서 중고품 시장은 2009년 이후 10% 성장했으며 많은 일본인이 물건을 파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엔저로 일본 내 귀금속 가격이 오르면서 팔려는 사람은 더 늘어났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최근 1년간 18%나 하락했다. 또 가속화하는 엔저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일본 다이아몬드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4월 일본의 다이아몬드 수출액은 3억5,000만엔(약 31억원)을 기록해 전년동월 대비 1.6배 증가했다고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1~4월 수출액 누계는 30억1,000만엔(약 27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다이아몬드 수입국 2위였던 일본이 다이아몬드 공급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리주얼리협회에 따르면 1965~2013년 일본에 수입된 다이아몬드는 8,700만캐럿(17.4톤)에 달했다.
일본에서 수출된 다이아몬드는 홍콩·이스라엘·인도에서 가공돼 다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특히 중국은 다이아몬드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번스타인의 폴 가이트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수요를 이끌 가능성이 큰 곳은 중국"이라며 "특히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중산층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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