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2월 4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

요즘 어느 자리를 가든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하는 것이다. 내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지만 난감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정작 나도 가장 궁금한 게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소나 기관의 경제전망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경제지표로 어제의 전망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근무하는 이코노미스트들도 수시로 어제 한 말을 다시 고쳐야 하니 그 고충도 적지는 않을 것 같다. 왜 이처럼 전망이 틀리는 것인가. 많은 변명이 있을 수 있다. 흔하게는 전망시점에 예기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다는 것에서부터 전망은 틀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다소 뻔뻔한 변명까지 이유는 많다. 하지만 생각하건대 가장 중요한 이유이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핑계거리로 내세우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현재의 흐름을 지나치게 그대로 미래에 투사했다는 것이다. 경제의 분석과 전망은 많은 변수들에 대한 예측과 이들 변수 간의 관계에 기초해 이뤄진다. 그런데 변수들 간의 관계는 과거 자료로부터 파악할 수밖에 없고 변수에 대한 전망은 추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이러한 전망에도 큰 오차는 없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크거나 변곡점 부근에 있는 경우에는 그냥 겸연쩍은 미소로 흘려버리기에는 과도한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경제전망이 말처럼 간단한 것은 아니므로 이렇게 말해버리면 이코노미스트들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객관적인 숫자에 근거해 미래를 ‘측정’하고픈 욕망과 정성적 분석에 근거한 전망을 ‘소설’로 치부해버리는 분위기로 이코노미스트들은 알게 모르게 현재의 경제흐름을 미래로 투사하게 된다. 과거, 특히 이번 금융위기가 시작된 후 국제경제기구나 투자은행(IB)의 경제전망치가 어떻게 수정돼왔는지를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금융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이거나 양호한 지표가 나오면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고 악화된 지표가 발표되면 이들의 전망치도 하향 수정됐다. 지난 2008년 4ㆍ4분기 세계경제는 최악의 지표를 보였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08년 3ㆍ4분기 -0.5%에서 4ㆍ4분기에는 -3.8%로 급락했고 한국 경제도 4ㆍ4분기에 전기대비 -5.6%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각 기관들의 경제전망 역시 가장 비관적인 수준으로 낮아졌다. 옛날 솔로몬왕이 신하에게 특별한 반지를 구해올 것을 명령했다. 그 반지는 행복한 사람이 보면 슬퍼지고 슬픈 사람이 보면 행복해지는 것이어야 했다. 고민하던 신하가 어느날 시장상인에게 물었더니 그 상인은 평범한 금반지에다 글귀를 새겨 그에게 주었다. 그 글귀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를 명심하면 허황된 낙관에 빠지거나 과도한 비탄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중국의 저가수출에 힘입어 물가가 안정적이고 풀려난 유동성 덕에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가 호황을 보일 때 이런 골디락스 경제가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지금은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막대한 손실에 고통받으며 기업들의 감원 한파에 실업의 고통이 극심한 상황이다. 마치 터널의 한가운데처럼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이 이어질 것만 같다. 물론 경제의 흐름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따라서 오늘의 경제난이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물론 언제가 될지 그 시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금의 고통에 갇혀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만큼 아주 먼 미래는 아닐 수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