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재환(35)은 말끔하게 잘 깎은 나무조각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섬세한 인물상을 만들고 장기에 해당하는 기계장치를 속에 넣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그는 ‘자연스러운 현실이 손으로 다듬어 만든 작품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환점이었다. 이제 그의 작품 소재는 나무 뿐 아니라 유리, 스펀지, 쌀푸대, 손잡이용 막대 등 소소한 일상용품으로 선택의 폭이 다양하게 됐다. 김재환의 신작 조각 6점이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전시중이다. 2007년 대안공간 풀에서의 전시 이후 두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몇번의 전시를 거치면서 내가 깎아놓은 조각과 원래의 나무토막이 ‘공간에 놓이는 방식’이 다를 뿐 그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물질과 공간의 관계성을 계속 고민하다 보니 물질(오브제) 그 자체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은 마치 쓰다 버린 재료들을 모아 만든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가공한 것이며 자신의 개입 흔적이 드러나지 않게끔 최대한 노력한 것까지도 작업의 일환이다. 바닥에 떨어뜨린 플라스틱 파편도 그 위치를 정교하게 계산한 작품의 일부다. 현대미술의 문을 연 요셉 보이스나 마르셀 뒤샹처럼 ‘본질에 대한 탐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작품에 대한 접근이 더 쉬울 수 있다. 전시는 8월18일까지. (02)723-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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