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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12월 16일] 유리 천장(Glass Ceiling)을 넘어서

국가고시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지난달 행정고시 합격자 발표에서 여성은 전체 합격자 가운데 51%를 차지, 역대 최고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이미 3년 전에 여성 합격자가 과반수를 넘긴 외무고시에서는 올해는 세 명 중 두 명꼴로 여성의 비중이 높아졌다. 비단 국가고시뿐 아니다. 공인회계사와 같은 전문자격증 취득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고 골프나 역도ㆍ피겨스케이팅 등 스포츠에서도 우리나라 딸들의 활약은 자못 눈부시다. 두 딸을 둔 아빠로서 흐뭇한 뉴스이기는 한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공무원과 전문직 여성의 증가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직업을 통해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여전히 상당한 벽에 가로막혀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카탈리스트(Catalyst)’에서 포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원진 중 여성 비중이 높은 상위 25% 기업의 자기자본수익률이 13.9%인 반면 하위 25% 기업은 9.1%로 나타나 기업의 수익성과 여성 임원의 역할에 긍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산업구조가 소프트화되면서 성별에 따른 생산성 격차가 점차 해소되고 호주제 폐지 등 사회적 형평을 위한 제도와 인식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유능한 여성 인력의 사회 진출이 제한되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은 이제 사회적 형평을 넘어 국력의 문제와 연관해 생각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의 진전으로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이 가장 합리적인 해법이다. 경영관리의 측면에서도 직무ㆍ교육ㆍ승진 등 기업문화 전반에 걸쳐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을 깨뜨리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여성의 기여와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 여성의 경쟁력은 탁월하다. 다국적 금융회사에서는 상위직급의 여성 금융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케팅 등 특유의 섬세함을 요구하는 업무가 많고 고객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요구사항을 쉽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인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여성 금융인력 양성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21세기 경쟁력의 키워드로 세계화ㆍ기술, 그리고 여성을 꼽았다. 유리 천장을 넘어서,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대한민국의 여성자원 활용을 위한 발상의 전환과 열린 문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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