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가 스페인으로 전이될 경우 충격의 강도는 예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유럽 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입니다."(김석동 금융위원장) "한국 경제는 위기 대응능력이 크게 강화돼 대외 충격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겁니다."(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
유럽 재정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투자를 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있지만 이러한 위기가 언제까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더 큰 원인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정부의 현실 진단에 쏠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정책 당국자들의 최근 발언은 투자자의 이러한 고민을 해소시켜주기는커녕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들은 국내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일국의 장관들이 한쪽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위기"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하니 누구의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마저 "국내 경제에는 양면성이 존재하고 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자 트위터 등에는 "그럼 어쩌란 말이냐"는 투자자들의 불평이 잇따르고 있다.
증시는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한다. 하락할 것 같으면 주식을 팔면 되고 상승할 것 같으면 사면 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약간의 불안감에도 주식을 내던지고 막연한 기대감에 방금 전 던졌던 주식을 주워 담는다는 투자자가 시장에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일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에 증시가 51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나 7일 주요 국가의 경기부양 기대감에 46포인트나 뛴 것이 바로 그 단적인 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바탕에는 대외 환경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국내 증시의 취약성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투자자들은 금융정책 당국이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세워 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어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투자자들의 당연한 요구이기도 하다. 금융 당국의 존재 이유는 이러한 기대에 답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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