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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망신 부른 지자체 과욕… '기록 경시' 풍조 만연 드러내

■ 강운태 광주시장 공문서 위조 파문<br>거리낌없이 총리 사인 조작<br>남북 대화록 증발과 오버랩<br>2파전 벌인 헝가리 항의땐<br>개최지 선정 재논의 가능성


19일 밝혀진 광주광역시의 '공문서 위조'는 단순히 한 지방자치단체의 과욕에서 촉발된 국제적 망신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기록 경시(輕視)' 풍토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대회 개최에 올인한 광주시는 대외신인도의 타격은 물론 검찰 수사, 국제수영연맹(FINA)의 추가 대응 등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전시행정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국제행사 유치를 '대의명분'으로 삼은 이상 국무총리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인 조작은 일도 아니었다.

◇어떻게 발각됐나=정부는 지난 4월 FINA 현지실사단이 정홍원 총리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위조된 서류를 발견했고 광주시에 곧장 고발 방침을 통보했다. 부정이 발각된 광주시는 이후 지난달 FINA에 최종 유치계획서를 제출할 때 위조된 사인이 포함된 정부 재정서류를 파기했다. 대신 정부의 동의를 얻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뭉뚱그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일 곧바로 고발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1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이 필요한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KOC) 국제위원회와 정부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광주시의 경우 지난해 심의를 통과해 유치 승인은 받았지만 수백억원의 재정보증을 사실인 것처럼 홍보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남북정상 NLL 회의록 실종과 묘한 오버랩=FINA에 보내는 공문서를 거리낌없이 조작한 광주시의 행태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북방한계선(NLL) 회의록 증발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의 정상회담 회의록이 보관돼 있지 않다는 국가기록원의 발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기록을 가볍게 여기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정치적 계산에 따른 의도적 폐기일 수 있고 재확인 기간인 22일 이전에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와 관계없이 국민의 불신은 굳어진 지 오래다. 광주시 또한 세계수영선수권 한국 첫 유치에 눈이 멀어 정부는 고려조차 하지 않고 없는 지원을 이미 약속 받은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속였다. 문서쯤이야 일단 그럴듯하게 보내놓고 유치 확정 뒤에 읍소하면 지원은 어떻게든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민ㆍ사회단체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202개 회원국 선수와 임원 등 2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이벤트다. 광주발전연구원은 대회 유치로 생산유발 효과가 광주에서만 1조4,000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1만8,000여명 등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무엇보다 대회 유치시 시설투자 등을 위해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광주시가 무리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광주시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대비해 건립 중인 국제규격의 수영장을 100%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서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약속이 반드시 뒤따라야 했고 이는 공문서를 위조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성공한 뒤 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강 시장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키로 하면서 명예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향후 흐름에 따라 다른 지자체들의 국제대회 유치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운태 시장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 등 상당수가 개최지 결정 회의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 있는 가운데 광주시청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시민사회단체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참여자치21의 한 관계자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도 황당하다"며 "직인 위조가 사실이라면 강 시장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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