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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15일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공식화함으로써 일본은 사실상 2차대전 패전 이후 유지해온 '평화국가'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전범국으로 유엔 헌장에 보장된 주권 국가의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포기하고 '전쟁을 할 수 없는 국가'로서 특수성을 유지해온 일본이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집단적 자위권 용인 및 이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방침을 공식 표명한 것은 전후 70년간 이어온 안보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 가뜩이나 갈등구도로 치닫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심각한 파장을 예고하는 메가톤급 '태풍'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장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의 행보에 대해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이 군사안보 영역에서 취한 역사상 유례없는 행보들은 근래 들어 역사 등의 문제에서 보여준 부정적인 동향들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해 이번 아베 총리의 발표는 향후 중일관계의 격랑을 예고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 2006년 1차 내각 이래 강력한 의지로 행사 용인을 추진해온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 등에 대한 공격을 자국 공격으로 간주하고 이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은 종래의 정부 기본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필요 최소한도로' 이를 행사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이날 앞서 일본 총리 자문기구인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 간담회(안보 간담회)'가 제출한 보고에 근거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보고서에 명시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인 사례를 인용해 유사시 일본인을 수송하는 미군 함선에 대한 자위대 함선의 호위나 해외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이나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하는 일본인들이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경호하는 역할 등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국내 반대여론을 강하게 의식한 듯 "공격을 받는 미국 선박에 탄 일본인이 우리 모두의 가족일 수 있는데 현행 헌법 해석상으로는 국가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하며 "앞으로도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목적으로 걸프전쟁이나 이라크전쟁 등 해외 전투에 참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집단자위권 헌법 해석 변경은 '전수방위' 등을 원칙으로 해온 전후 일본 안보정책의 일대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며 일본이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지구 어디서든 싸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신중론자들의 지적이다.
일본 학계에서는 특히 현행 '평화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9조를 정식 개헌을 거치지 않고 헌법 해석 변경만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은 '입헌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반대 목소리 때문에 아베 총리는 일단 당장 헌법 해석 변경 방침을 못박지 않았으나 "우선 현행 헌법 해석으로 가능한 입법 조치를 검토하고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개정해야 할 법제 기본방향을 각의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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