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중국을 비롯, 이머징마켓으로 쏠린 과잉 유동성은 자산 버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치솟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단행한 금리인하로 달러화 약세가 더욱 심화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진앙지에는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과 인도ㆍ러시아 등 이머징마켓 국가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두자릿수에 가까운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원자재를 빨아들여 값을 올리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국채(TB) 등 안전자산에 투자돼 있던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상품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유동성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 들어 수 차례의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을 사용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가 및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도 지구촌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원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9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중국과 인도는 FRB가 지난달 18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후 지금까지 8,820억달러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인플레이션 위협이 대폭 높아졌다. 이 돈은 3조달러에 이르는 두 나라 증시 자금을 합친 규모의 거의 3분의1에 달한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달러 약세에서 기인한다. 에릭 콜츠 S&P 원자재시장 책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약달러가 출발점”이라면서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지난 10여년간 저물가ㆍ고성장을 구가해온 ‘골디락스’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 금융시장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각국 통화가치 상승이 원자재 값 상승분을 일정 정도 상쇄하지만 작금의 상품 가격 상승속도가 환율 변동속도보다 빨라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금리를 인하했지만 미국 이외의 나라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어떻게 긴축정책을 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오는 8일 금리를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가장 먼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유럽연합(EU) 통계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 13개국의 10월 물가는 2.6%를 기록, 2005년 9월 이래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악셀 베버 ECB 집행이사는 “고유가와 음식 가격 상승이 유로존의 강한 성장세와 맞물리면서 ECB의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ECB 정책 결정자들의 우려는 인플레이션에 집중되고 있다. 전날 스페인의 10월 CPI도 14개월 이래 최고치인 3.6%로 나타나면서 유로존 CPI를 전월 2.1%에서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됐다. 이는 이미 ECB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인도와 중국 등 이머징마켓 국가들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올 들어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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