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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머쓱한 한나라당


어떤 정권이든 여당은 늘 당이 우위에 서서 정부를 이끌겠다고 한다. 정부가 현장을 모르고 탁상행정을 펴면 당이 고치겠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이 수없이 한 다짐이다. 하지만 구제역과 폭설 사태를 맞은 요즘 한나라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니, 있었다가도 정부 한 마디에 가라앉고 만다. 구제역 사태가 커지자 한나라당은 지난 9일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 추경은 "필요 없다"는 정부의 한 마디에 당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정부의 설명인즉슨,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예비비가 있고 국가재정법의 국고채무부담행위 규정에 근거해 1조원 한도로 채무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조원의 빚을 얻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재원이 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특히 당이 이 같은 반박 한 번 없이 수긍했다면 더욱 그러하다. 반면 현재 구제역 발생 지역에 매몰한 돼지와 소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썩은 침출수로 인해 악취와 상수원 오염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동안 상수도를 깔지 않았던 오지까지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폭설을 맞은 농가와 목축업자의 피해 보상, 농ㆍ수ㆍ축산물 유통업자, 몇 달간 손님이 끊긴 해당지역 영세 자영업자 저리 자금 융통 등 간단하게 헤아려도 들어갈 돈은 만만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간 정부가 구제역 대책을 위해 쓴 돈만 해도 1조 1,000억원이 넘은 점을 생각하면 당이 정부의 말에 안심하고 넘어가야 했는지 아쉽다. 당내에서는 임기 3개월을 남긴 심재철 정책위의장에 힘이 실리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떠날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계를 말하기에 앞서 날카로운 정책적 지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정부종합청사의 여의도 지점이 아니다"라고 했던 심 정책위의장의 당당함이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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