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은 인쇄물을 휴대폰의 가리개로 삼아 '문자질'에 열심이다. 식이 끝난 후 추모객들 중 한 여성이 내게 다가와 '휴대폰이 없었으면 그렇게 오래 못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장례식의 취지는 애도를 하자는 것이었는데, 테크놀로지에 단련되었던 이 여성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본문 478쪽)
이런 장면이 낯설지 만은 않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처럼 '함께 있으나 따로따로'인 상황에 익숙해졌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연결은 늘어나지만 속내를 털어놓을 친구는 줄어들고, 문자와 이메일을 즐겨 사용할수록 대화는 서툴러진다. 빠른 접속이 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어들게 했지만 결국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시간은 적어지고 테크놀로지와 보내는 시간은 많아진 것이다.
MIT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연구자인 저자는 이 같은 현상을 '다함께 홀로(Alone Together)'라고 표현했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이 표현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로 네트워크화 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나아가 책은 사람에게 새로운 친교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로봇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단했다. 저자는 30년 전 컴퓨터 시대가 개막하면서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컴퓨터의 기술 연구에 주목할 때, 컴퓨터와 인간의 관계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 30년의 연구 성과를 이 책에 압축해 담았다.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 '언제나 작동중인 상태로 네트워크에 묶여있다'고 보는 저자는 "우리의 자아를 새로운 자아상태로 다가가게 하고 우리의 인간관계를 단순화 시켜버린다는 것에 네트워크화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페이스북 프로필이나 각종 사이트의 아바타 꾸미기에 열중한 이들이 실제와 다른 자신을 '연기(演技)'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러한 연기는 온라인의 삶을 위해 작성한 내용과 자기 모습을 혼동하면서 진짜 나를 잃어버릴 위험성에 놓이기 때문에 문제다. 저자는 "온라인 삶이 진실성을 억제한다"고 염려한다.
상시접속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 '네트워크화'는 청소년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문자로 빠른 답변이 오가는 통에 자기반성의 기회는 줄어들고 생각은 작은 스크린에 맞도록 재구성되고 감정은 이모티콘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청소년이 독립적 자아를 형성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네트워크화는 우리의 인간관계를 친밀감은 제외시킨 채 의사전달만 하는 방식으로 단순화 시켰다. 그리고 인간관계가 서툴러지자 사람들은 로봇을 친교의 대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로봇을 친구로 여기는 사람들을 향해 저자는 '타자성을 잃게 된다'고 경고한다.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실제 인간관계를 부담스럽게 여기게 될 것을 우려했다.
주객전도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창조한 테크놀로지로 인해 인간은 어디를 가나 외로운 존재가 됐으며 고립과 단절에 취약한 존재가 됐다.
저자는 그러나 기술의 진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테크놀로지에 끌려가는 우리가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끌고 가는 우리가 되자고, 우리가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테크놀로지를 빚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만3,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