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SLK는 1996년 데뷔해 '컴팩트 로드스터의 교과서'라는 명성을 얻은 차다. 정확한 분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로드스터(roadster)'는 지붕을 폈다 접었다 할 수 있는 2인승 스포츠카를 말한다.
SLK가 어떤 차인지는 그 이름 자체가 말해준다. 스포티하고(sportlich), 경량(leicht)이며 짧다(kurz)는 뜻의 독일어에서 앞 글자를 따왔다. 컴팩트 경량 스포츠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는 대배기량 고성능차 라인업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각 클래스에 63 AMG 또는 55 AMG 모델이 나오는데 과거에는 63 AMG는 정말로 6,300cc 가솔린 엔진을, 55 AMG는 5,500cc 엔진을 달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둘 다 배기량은 5,500cc 엔진이고 다만 63은 터보 엔진, 55는 자연흡기 엔진을 뜻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로드스터의 교과서 SLK의 고성능 버전인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SLK 55 AMG'를 시승했다. 자연흡기 V형 8기통 5,500cc 직분사 엔진에 AMG 스피트시프트 플러스 7G-트로닉 자동변속기를 달고 최고출력 421마력(6,800rpm), 최대토크 55㎏ㆍm(4,500rpm)의 성능을 내뿜는 '작은 괴물'이다.
시동을 걸었다. 사람을 홀리게 할만한 멋진 시동음은 글로는 표현할 수 없다. 계기판의 속도계는 시속 320㎞(안전 제한 속도는 시속 250㎞)까지, 타코미터는 8,000rpm(레드존은 7,000부터)까지 그려져 있다.
서서히 속력을 높여봤다. 5,500cc 엔진의 배기음이 엔진에서 하체로, 하체에서 지붕을 돌아 공명하며 사람의 심장을 뛰게 한다. 시속 80㎞에서 rpm이 1,300에 불과하고 100㎞에서 1,600rpm, 120㎞에서 2,000rpm, 140㎞에서 2,300rpm 정도다. 시속 160㎞도 2,600rpm에서 소화해낸다. 과연 엄청난 힘이다.
오르막길에서 액셀레이터를 깊게 밟았다. 순식간에 엔진 회전수가5,000~6,000 rpm까지 올라가며 엄청난 발진력을 낸다. 우렁찬 배기음과 함께 힘으로 밀어붙이며 달려 나가는 맛은 잊을 수 없는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 차의 제로백은 4.6초에 불과하다.
코너에 진입할 때의 맛은 예리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코너를 탈출할 때는 타이어가 지면을 찢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온다. 차가 땅에 박힐 것 같은 경박함 대신 흔들림없이 서는 우직함을 갖춘 브레이크도 인상적이다.
이 차는 '똑똑함'도 갖췄다. 힘이 덜 필요할 때는 8기통 중 4개의 실린더만 쓰는 첨단 장치를 달았고 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고 재출발시 켜지는 오토 스톱ㆍ스타트 기능도 채용했다.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9.1㎞로 5,500cc 배기량에 비하면 대단히 우수하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후방카메라가 없다는 점. 스포츠카라고 해도 주차까지 불편해야 할 이유는 없다. 가격은 1억4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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