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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트위터, 아랍권 앙시앵레짐 붕괴 불 댕기다

■이집트 '로제타 혁명' 한달<br>독재정권 부패상 널리 알리며 반정부 시위 구심점 역할 톡톡<br>철권통치 대항 새무기로 부상<br>민주화 열풍 인접국으로 확산… 소셜네트워크 막강 위력 실감


2011년 1월25일, 낡은 독재체제 속에 30년간 멈춰 있던 이집트의 민주화 시계가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유를 향한 이집트 국민들의 열망이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뒤덮은 반정부시위로 분출된 날이다. 그로부터 한 달. '현대판 파라오'라 불리던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시위의 불길은 요르단ㆍ알제리ㆍ이란ㆍ바레인에 이어 무아마르 카다피의 철통 같은 독재체제가 지속돼온 리비아까지 무섭게 확산되며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앙시앵레짐(구체제)'을 뒤흔들고 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로제타스톤이 이집트에서 처음 발견돼 고대 상형문자 해독의 길을 연 것처럼 이집트가 아랍권에 민주화 혁명의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로제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30년간 억눌렸던 이집트 시민들이 속속 거리로 뛰쳐나오기까지는 한 청년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촉매 역할을 했다. 경찰의 폭행으로 목숨을 잃은 인권운동가 칼레드 사이드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로 모여든 이집트 청년들이 타흐리르 광장에서의 시위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반정부시위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이집트 내 시위를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며 민주화 혁명의 구심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집트 당국은 SNS가 촉발한 반정부 물결을 막아보기 위해 사상 유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인터넷 차단에 나섰지만 이는 오히려 그동안 시위에 가담하지 않았던 시민의 불편과 불만을 초래하는 역효과를 낳으며 한층 시위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일각에서는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암살당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뚜렷한 야권 지도자나 시위 집행부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집트에서 2주 넘게 시위가 이어진 것은 SNS의 영향력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에 앞서 중동ㆍ북아프리카 시위 사태의 시발점이 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도 SNS의 위력은 유감없이 발휘된 바 있다. 튀니지 혁명은 자그마한 소도시인 시드부지드의 한 과일 노점상이 생활고을 못 이겨 분신자살한 데서 시작됐다. 튀니지의 독재자 벤 알리는 당초 시민들의 시위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시드부지드로의 기자 진입을 봉쇄하고 각종 통신수단을 차단했지만 도시 내의 폭동과 과잉진압을 담은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가면서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튀니지 정부는 지난해 여름부터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반정부 인사들의 e메일 계정과 페이스북을 봉쇄해왔다. 하지만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알리 일족의 부패상에 대한 미 외교전문은 트위터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 국민적의 공분을 일으키며 결국 독재자 알리를 축출하는 동력이 됐다. 소셜미디어를 매개로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민주화시위가 아랍권에서 시시각각 확산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랍권의 민주화혁명을 '세대 간의 충돌'이 빚은 현상으로 보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젊어진 국민과 늙은 지도자 간의 세대 차가 소통 불능으로 이어지며 민주화 도미노를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잡지 '아라비안옵서버'의 압둘 아지즈 알카미스 편집장도 "이전 세대에 비해 서구 사회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들은 통치자에게 좌지우지되지 않는 자신만의 존엄과 권리를 발견하게 됐다"며 "나이든 종족 대표나 종교 지도자들은 예전처럼 젊은 세대에 지도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로비스 마크수드 아메리칸대 교수는 "아랍권 젊은 세대들이 정권에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이든 구체제가 가질 수 없는 휴대폰 카메라, 인터넷, SNS와 같은 첨단 기기의 활용 능력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으로 빠르게 응집되는 민주화 열기로 수십년간 뿌리박고 있던 독재정권이 붕괴되는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튀니지에서는 26일 만에 알리 대통령의 23년 독재가 무너졌고 이집트에서는 18일 만에 30년간 지속된 무바라크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무너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중동 사태에서 SNS의 영향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SNS를 비롯한 소셜미디어가 독재체제에 대항하는 새로운 무기로 등장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무바라크 퇴진을 지켜본 뒤 "모바일(M)혁명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SNS와 페이스북을 타고 번지고 있는 아랍권 국가들의 독재정권 타도 움직임은 이제 요르단ㆍ예멘ㆍ알제리ㆍ바레인ㆍ리비아를 거쳐 팔레스타인ㆍ수단으로 확산될 기세다. 중동의 시위대들 사이에서는 SNS를 통해 경찰의 검거를 피하는 법, 바리케이드 쌓는 법 등 시위 매뉴얼(안내서) 공유까지 일상화되고 있다. 이제 세계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뒤덮은 '로제타 혁명'의 열기가 중국 등에까지 영향을 미칠지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중국의 재스민 혁명'이라는 제목의 선동 글이 돌기 시작해 20일에는 중국 양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번화가에서 발생한 민주화시위로 시민들이 연행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중국 지도부도 온라인을 통한 반정부 움직임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중국 당국은 자체 SNS인 웨이보만 허용하면서 인터넷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시위대는 온라인상에서 오는 27일 시위 참가를 촉구하고 있다. 이집트의 '로제타 혁명' 이후 1개월, 혁명의 열풍이 만리장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번주 말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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