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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강등에도 '장밋빛 꿈' 젖은 일본

"5년간 2%대 성장으로 흑자 전환" 재정건전화 기본방침 확정

세수 확대·복지지출 삭감 병행… 16조4000억엔 재정 확충 목표

"성장만으론 재정 재건화 어려워… 세출·세입개혁 포함해야" 비판도


눈덩이처럼 쌓여가는 재정적자로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A+→A)된 일본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나라살림을 흑자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앞으로 5년간 경제를 연간 2%대 이상 성장(실질 국내총생산 기준)시켜 세금수입을 늘리고 복지지출 삭감을 병행해 모두 16조4,000억엔의 재정을 확충함으로써 기초재정수지를 흑자로 반전시키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경제성장 목표치가 비현실적이어서 실현하기 어렵다는 날 선 비판이 일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되풀이해온 '과잉 성장률 목표 달성 실패→세수결손→재정적자 악화'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올여름까지 마련하기로 한 재정건전화 계획의 기본방침을 이같이 굳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2% 이상(명목 GDP를 기준으로 할 때 3% 이상) 증가시켜 세수를 7조엔(약 62조9,181억원) 더 늘리고 사회보장사업 등을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9조4,000억엔(약 84조4,902억원) 삭감할 예정이다.

일본 내각부가 추산한 재정 시나리오에 따르면 실질 GDP가 2%(명목 GDP 3%) 이상 증가할 경우 기초재정수지 적자를 메우는 데 9조4,000억엔이 소요된다. 또 실질 GDP가 1% 미만(명목 GDP 1% 중반 수준)으로 증가하면 적자 충당에 16조4,000억엔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세입확충 및 세출삭감 계획이 목표대로 달성되면 기초재정수지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내각부는 2017년 4월로 미룬 소비세율 2차 인상(8%→10%)을 예정대로 진행하되 파급효과 등을 분석한 뒤 2018년에 또다시 재정건전화 계획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재정확충 실적이 예상에 못 미치면 증세나 세출삭감을 추가로 꺼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내각이 나라살림 방향에 대해 이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최근의 세수증가에 크게 고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2014년 4월~2015년 3월 세수실적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2.3% 늘어난 39조6,796억엔(약 356조6,521억원)으로 집계됐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엔저로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법인세가 6.1% 늘어난데다 소비세 수입도 지난해 4월 단행했던 1차 세율 인상(5%→8%) 덕분에 17.0%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 같은 추세라면 이달 중 마감되는 2014회계연도의 정부 세수 총액은 직전 회계연도보다 5조엔가량 늘어나 약 52조엔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직전이던 2007회계연도의 세수(51조182억엔)을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장밋빛 꿈이 비현실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실질 GDP 2% 이상 성장 목표는 1%대에 불과한 일본의 잠재성장률을 과도하게 웃돈다. 심지어 재무부 내에서조차 "경제성장만으로는 재정을 재건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출삭감 계획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사회보장 비용을 줄인 지방자치단체에 (정부가 성과유인책으로)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어서 세출을 극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변수가 많은 경제성장에만 의존하지 말고 고통스럽더라도 세출과 세입개혁을 포함해야 한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과거의 비슷한 실패사례도 새삼 주목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7년에도 이후 5년간 최대 3.5%의 명목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전제조건 아래 재정 구조개혁을 추진했으나 해당 기간 중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뒷걸음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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