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의협 측은 "이번 수술 거부 계획 철회가 포괄수가제에 찬성한다는 말은 아니며 앞으로도 포괄수가제 전면 적용 저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내년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의사협회는 29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7월1일부터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7개 질병 중 응급 수술을 제외한 건을 1주일 이상 수술 연기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 측은 "포괄수가제를 잠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정부는 포괄수가제도개선기획단을 구성해 의료의 질 하락을 방지하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며 추후 평가를 통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도의 존폐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포괄수가제 시행안에 대한 합의는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며 앞으로 포괄수가제 적용 저지에 대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의협이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정치권으로부터 건강보험정책심의회(건정심) 개선에 대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 제도 변화를 결정하는 건정심을 의료공급자 측에 유리하게 구성할 수 있다면 포괄수가제에 대해서도 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작용한 셈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참석해 "건정심 위원 구성이 정부 측에 유리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공무원 2인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은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독립적인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를 임명하라는 권고 조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의협 측은 지난 5월 "의료소비자 8명, 공급자 8명, 공인단체 8명씩 총 24명으로 구성된 건정심의 구성은 의사 등 공급자 단체에게 극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건정심을 탈퇴한 바 있다.
한편 포괄수가제는 동일한 수술을 받을 경우 전국 어느 병원에서도 동일한 진료비를 내도록 하는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다. 이 제도 아래에서 환자들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받은 일련의 진료 행위(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에 드는 비용을 진료의 종류나 양과 관계없이 모두 묶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만을 부담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는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군에 대해 7월1일부터 전국 병∙의원, 내년부터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까지 당연 적용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협 등 공급자 단체의 반발이 컸다. 복지부 측은 포괄수가제의 적용으로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평균 21%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전국 어느 병∙의원을 가더라도 표준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진료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진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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