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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힘없는 경제부총리

지난 26일은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참으로 곤혹스러운 날이었다. 부총리가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를 순방하는 동안 국내에서는 그의 존재 가치를 되새겨봐야 할 두 가지의 일이 있었다. 이날 오전 총리실. 이해찬 국무총리는 확대 간부회의에서 낭비성 정부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지시했다. 이 총리는 재경부나 예산처에 맡기지 말고 국무조정실이 적극 나서라는 지시까지 잊지 않았다. 총리가 경제부처의 일에 꼼꼼히 따지고 든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경제부총리로서는 여간 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나마 구멍 난 나라 살림을 메우기 위해 국무총리가 총대를 매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저녁 일어난 상황은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만찬 간담회석상.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논란이 돼온 소주 세율과 액화천연가스(LNG) 세율 인상에 대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소주 세율 인상을 강행하겠다던 부총리의 강기(剛氣) 어린 어조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의미 없는 외침이 되고 만 셈이다. 더욱이 이날 간담회 직전 재정경제부는 소주 세율 인상 등을 전제로 한 내년도 세입 추계 자료를 배포, 브리핑까지 끝마친 상황이었다. 예산처도 내년 예산안을 잔뜩 공들여서 내놓은 후 언론으로부터 심판을 기다리고 있던 터. 결국 정부 관료들이 수개월 동안 애써서 만든 내년 예산안과 세입 추계는 국회 문턱에 가기도 전에 칼질을 당하고 말았다. 한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자신만의 색깔이 없다는 지적에 줄곧 시달려왔다. 복수 차관 인사 때는 자신의 뜻조차 관철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아픈 해석’까지 낳기도 했다. 이 같은 경제부총리를 시장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그러나 ‘카리스마 있는’ 부총리는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총리가 갖는 절반의 힘은 임명권자가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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