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백년간 유럽 금융계를 지배해온 로스차일드 가문이 생존을 위해 유럽을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스차일드가의 수장 가운데 하나인 제이컵 로스차일드(사진) 남작은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록펠러 가문과 손잡고 미국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유럽은 당분간 힘든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미국에 더 많은 투자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유대계 독일 가문인 로스차일드가는 16세기 말 시작돼 18~19세기 투자은행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유럽 각국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금융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화폐전쟁'의 저자인 쑹훙빈은 나폴레옹 실각, 1ㆍ2차 세계대전 발발 등도 로스차일드가의 음모로 해석할 정도다.
FT는 "로스차일드가 록펠러와 손잡고 미국에 진출한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존립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문은 "최근 들어 로스차일드 가문의 부는 크게 줄어 소규모 투자은행을 각지에서 운영하는 정도"라며 "유로존 재정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친분이 있는 록펠러 가문에 SOS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로스차일드의 미국 진출은 유럽 금융시장의 쇠락을 공식화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특히 로스차일드의 '탈유럽' 행보는 이미 지난해 투자 패턴에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FT는 "로스차일드 투자신탁 회사인 RIT캐피털파트너스가 지난해 유로화 투자 비중을 최대한 줄였다"며 "로스차일드 남작도 회사가 덜 편협하면서도 영국 중심적인 회사에 벗어났다고 강조해 유럽시장 이탈을 사실상 공식화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로스차일드투자신탁은 록펠러금융서비스의 지분 37%를 인수하며 제휴를 맺었다. 이 거래는 로스차일드 남작과 록펠러 가문의 수장 데이비드 록펠러의 친분 덕분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휴의 경우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금융가문이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금융계의 관심을 모았다.
로스차일드투자신탁은 로스차일드 남작이 1963년에 세운 회사로 지난해 기준으로 20억파운드(3조7,000억원)의 돈을 굴리고 있다. 록펠러금융서비스는 1882년 미국 철강왕이었던 존 D 록펠러가 가문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그 뒤 문호를 다른 가문에도 개방해 현재 340억달러(40조원)의 재산을 운용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번 제휴로 공동 투자펀드 조성과 경영협력을 해나가기로 했다. 로스차일드 남작은 "투자 대상으로 미국은 많은 강점을 가졌다"며 "미국에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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