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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일 영국에서 열리게 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이 경기침체 해법에 현격한 대립각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가열된 '자국 보호주의'가 나라간 '힘 겨루기'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유로존(유럽연합 내 유로화 사용국) 16개국 재무장관들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을 개최한 뒤 성명을 통해 "유럽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며 미 측의 추가 경기부양 요구를 공식 거절했다. 유로 재무장관회담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우리는 이미 필요한 분량의 경기 부양 조치를 취했다"며 "새로운 공동 경기 부양안을 숙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페어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도 "독일은 추가적인 수단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시행 중인 방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등 유로권의 이 같은 반응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G20 회담에서 각국 정부의 추가 지출을 통한 글로벌 경기 부양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백악관은 추가 부양안에 대해 미ㆍ유럽 간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백악관의 입장 표명 뒤 유로 재무장관회담의 성명이 나와 양측의 불협화음을 공식화시켰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G20국가 중 미국과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경기 부양 하한선인 GDP 2% 이상의 정부 지출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독일과 영국의 부양 규모는 GDP 대비 1.5%에 그쳤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부양 규모는 각각 0.7%, 0.2%에 불과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다급한 미국이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주력하는 반면 유럽연합(EU)은 금융권 개혁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한편 EU는 IMF의 재원을 두 배로 늘려 경기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는 방안을 공식 승인할 예정이어서 EU판 '보호주의'를 선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FP통신이 공개한 EU합의문에 따르면 EU는 회원국들의 분담금 확충이 단기적으로 현실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며, 추가 재원이 중국ㆍ일본 등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갖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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