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고수익 고위험 투자'의 대명사인 헤지펀드도 안전자산인 국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향후 자산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환매수요를 예상, 현금 등가물인 미 국채 및 정부기관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11일 마켓워치는 미 국채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의 참여 비율이 지난해 3%에서 올 들어 20%로 크게 증가했다고 컨설팅회사인 그린위치 어소시에이츠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지난 1년간 국채 투자를 60%나 늘렸다.
헤지펀드들의 투자전략 변화는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위험자산 가치의 급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자금인출 가능성에 사전 대비하는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이를 위해 국채 등 현금성 자산을 충분히 확보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대규모 환매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면 이번에는 투자금을 제대로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헤지펀드 업계는 당시 투자자들의 빗발치는 환매요구를 충족하지 못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보고서는 헤지펀드들이 국채 외에도 프레디맥과 패니매 등 정부기관 채권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가격 변동폭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미 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경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업체인 핌코의 스콧 매더 글로벌 포트폴리매니지먼트 대표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자사의 웹사이트에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서 미 국채가격은 오르고 부동산과 주식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며 "초기에는 5년물·10년물 국채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에 앞서 모하메드 엘-에리언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미 경제는 더블딥에 들어가고 있으며 디플레이션에 빠질 확률이 25%"라고 주장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도 경제 전문가의 전망을 인용, 미 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성을 경고했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마크 잰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당장 디플레이션을 겪을 확률이 6분의 1"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기관인 국제무역위원회의 경제국장을 역임한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대 교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50%로 봤다. 크로노스의 로버트 예렉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지속으로) 소비가 줄어 기업이 재고를 늘리면 소매상들은 가격하락 압박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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