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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 잃은 중년 男 … 사무치는 고독

■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문학동네 펴냄


많은 국내팬을 확보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됐다.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은 추가 수록된 '사랑하는 잠자'를 빼면 6편 모두 '불륜'이거나 '불륜적 사랑'을 다룬다. 미모의 여배우 부인이 다른 남자들과 불륜을 벌여온 것을 눈치챘지만 모른 척 살아가다 세상을 떠나보낸 남편('드라이브 마이 카')이나 출장에서 하루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회사동료와 아내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고 이혼하는 남자('기노'), 주로 유부녀나 애인 있는 여자들을 만나며 인생을 즐기다 진짜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성형외과 의사('독립기관'), 옛 애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새벽 1시에 걸려온 그녀 남편의 전화로 알게 되는 주인공('여자없는 남자들') 등이 그렇다.

하루키 특유의 허무감은 쾌락과 결핍이 뒤엉킨 이 불륜적 사랑에서도 배어난다. 표제인 '여자없는 남자들'의 '여자'란 사랑하는 대상을 의미한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빼앗겼고, 혹은 처음부터 내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언제 어떻게 떠나버릴지 모르는 불안하고 불길한 상황에 놓여있는 이들이다. 마냥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사랑, 어쩌면 결말이 예정된 사랑, 둘 혹은 셋 중 하나는 고통받아야 하는 사랑들을 그렸기에 책은 '일종의' 연애 소설집임에도 한없이 묵직하다. 읊조리는 허무감으로 방황하는 청춘의 전유물처럼 추앙받은 하루키가 이번에는 독자와 함께 늙어간 작가로서 그 나이여서 더 깊이 관조할 수 있게 된 인간관계의 깊은 지점과 남녀관계를 파고들었다는 점이 감지된다. 하루키의 성향 탓인지 실제 인생이란 게 그런 것인지 청춘도 힘겨웠는데 중년의 사랑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라는 사실은 처연하지만 말이다.



아예 처음부터 사랑하지 않았었더라면 모를까 한 번 사랑에 빠져본 사람은 사랑을 상실한 후 살아가는 게 무척 힘겹다. "한 번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되어버리면 그 고독의 빛은 당신 몸 깊숙이 배어든다. 연한 색 카펫에 흘린 레드 와인의 얼룩처럼"(331쪽). 하루키는 일본어판 서문에서 "이와 비슷한 구체적인 사건이 최근에 나에게 일어난 것도 아니고 (다행스럽게도) 주위에서 실례를 목격한 것도 아니다"라며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마음속 어딘가에서 자연스레 바라고 있었던 것이리라"고 중년의 목소리로 적었다.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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