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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한이 놓치는 것

지난 9일 오후, 신한은행은 '불난 호떡집'이었다. 인도네시아 C은행을 인수하기로 최종확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진위를 묻는 전화가 쏟아졌다. 은행 측은 너무도 태연하게 응했다. "검토 대상도 아니다"(신한은행 고위 관계자)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상황은 확 바뀌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중 인도네시아 은행인수를 위해 여러 곳을 보고 있는데 인수하게 된다면 C은행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을 바꿨다. 은행의 최대 경영 전략 중 하나인 인수합병(M&A)에 대한 대응이 몇 시간 만에 180도 뒤바뀐 것이다. 물론 M&A의 특성상 보안이 생명이다. M&A 추진 과정이 알려지면 파는 쪽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몸값을 더 받으려고 할 수도 있다. "갑자기 M&A 소식이 알려지게 돼서 당황했다"는 신한 관계자의 말도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그래도 지켜야 할 금도라는 것이 있다. 금융은 신뢰가 생명이다. 대중에게 알려진 사안을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맞는 것을 아니라고 하고 아닌 것을 맞다고 하는 곳과 고객들이 어떻게 거래를 할 수 있을까. 특히 신한은 '정직'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조직이다. 서진원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뱅커는 정직이 가장 중요하다. 신입행원들을 볼 때도 이를 중점적으로 따진다"고 했다. 지금까지 신한은 성공적인 M&A로 커왔다. 자기보다 몸집이 큰 조흥은행을 인수했고 대형 카드사인 LG카드를 가져왔다. 이번에도 해외 은행 인수라는 '대업(?)'을 위해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던 것이겠지만 금융은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가 또 한번의 성장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와중에 신한은 소중한 신뢰를 잃게 됐다. 그 정도가 크든 작든 은행으로서는 치명적이다. 이는 신한이 추구하는 '따뜻한 금융'과도 맞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신한의 수장인 한동우 회장이 최고 전략으로 내세운 '따뜻한 금융'아니던가. 수장이 약속한 것을 내부직원부터 지키지 않는데 고객이 신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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