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권력은 끝을 향할수록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 혹평은 무시로 변하고 개혁도 원점이 되기 일쑤다. 대표적으로 노무현·이명박 정권 말기가 그랬다. 대통령의 지시가 통하지 않거나 면종복배(面從腹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한창 힘이 강해야 할 집권 2년차에 24개 중앙부처 공무원 335명 가운데 69.5%가 국정운영 능력을 70점 이하로 평가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물론 공무원들의 불만은 국민의 시각에서 납득하지 못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개혁 대상이 돼버린 처지의 단순한 불만과 불평이 아니라 수긍할 대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경찰청 폐지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주내용으로 삼은 2차 조직개편에 공무원의 49%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무엇 때문에 박 대통령 취임 직후 단행한 1차 조직개편에 대한 부정적 평가(38.2%)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아졌을까. 사고수습용 조직개편에 담긴 포퓰리즘 탓으로 보인다. 공직사회를 둘러싼 이상 현상은 이 밖에도 하나둘이 아니다. 비리와 관련된 수사나 감사를 받기만 해도 직위해제한다는 공무원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공무원법에 보장된 정년도 이젠 옛말이다.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누적된 폐단을 없애자고 공무원을 속죄양으로 삼는다면 새로운 적폐를 생산할 뿐이다. 개혁은 투명하고 공명정대한 절차와 광범위한 합의 속에서만 당위성을 갖는다. 정치권력은 공직사회의 여론에 분노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찾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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