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GS그룹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가 흔들리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그룹 지주회사인 ㈜GS는 지난해 영업손실 343억원, 당기순손실 3,20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그룹 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GS칼텍스가 정유·비정유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그룹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중동에서 국내 유전개발 사업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으면서 GS그룹에 단비가 내리게 됐다.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에너지는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생산광구 지분 3%를 확보하면서 40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 GS에너지가 이곳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물량은 총 8억배럴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도입량이 9억2,000만배럴 규모임을 감안하면 '초대형 사업'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현재 국내 최대 민간 석유개발사업자인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매장량은 6억2,000만배럴이며 일일 7만1,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매출 규모가 매년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는 이미 원유가 생산되고 있는 생산광구인 만큼 탐사·개발의 리스크도 없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머반유(Murban Crude)'는 국제 시장에서 두바이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고급 유종이기도 하다. 정제 과정을 거쳐 더 많은 휘발유·경유 등의 최종 제품을 뽑아낼 수 있는데다 유황 함유량이 낮아 환경 오염도 덜하기 때문이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가 지분 60%를 갖고 있는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에서는 지금까지 엑손모빌·토탈 등이 나머지 40% 지분을 갖고 광구를 공동 운영해왔다. 지난해 이들과의 계약이 만료되자 ADNOC는 새로운 사업자 선정에 착수했고 GS에너지는 프랑스 토탈 등 소위 '석유 메이저'들과 함께 새로운 운영사로 선정됐다. 이 광구에 우리나라 사업자가 참여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GS가 참여하게 되면서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소득도 있다.
GS는 아부다비 육상생산광구에서 토탈 등과 협업하면서 앞선 유전개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S 내부에서는 "당초 목표했던 지분율은 확보하지 못해서 아쉬운 감도 있지만 기술력과 사업 경험 등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며 기대에 찬 분위기다.
GS그룹이 이처럼 중동에서 돌파구를 찾은 데는 정부와의 '팀워크'도 한몫을 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아부다비와 석유·가스 분야 개발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번 사업을 추진해왔다.
당시 계약 내용은 아부다비에서 10억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을 운영하는데 한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600만배럴의 석유를 전략적으로 공동 비축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 박근혜 대통령과 모하메드 UAE 왕세제가 상대편 국가를 잇따라 방문하면서 사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GS에너지는 또 이번 사업의 입찰 과정에서 해외 자원개발 경험이 풍부한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참여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나완배 GS에너지 부회장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만이 참여할 수 있었던 광구에 GS에너지가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정부와 석유공사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GS에너지는 이번 육상생산광구 사업 외에 아부다비에서 추가 광구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또 미국 오클라호마의 육상 광구(네마하 광구) 등 기존의 해외 광구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GS에너지 관계자는 "자원개발사업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넓혀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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