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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김정빈 코스틸 대표

하버드대 석사학위 후 국내 기업에 입사… 불과 40세에 전문경영인으로 깜짝 발탁<br>임직원 공정한 평가 프로세스 구축하고 외부충격에 끄떡 않는 강한 조직 만들것




"경영 컨설턴트서 철강기업 수장까지… 삶은 도전의 연속이죠"

올해 1월 국내 최대 선재(단면이 원형인 철강제품) 생산업체인 코스틸의 신임 대표이사로 1973년생인 김정빈 사장이 선임되자 철강업계는 깜짝 놀랐다.

대표적인 중후장대 산업으로 업종 특성상 보수적 성향이 강한 철강업계에서 올해 40세의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물론 중국ㆍ일본ㆍ유럽ㆍ미국 등 전세계 철강업계는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중국을 필두로 철강 공급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경기침체로 철강을 주로 사용하는 건설ㆍ조선ㆍ자동차 등의 업황이 위축되며 철강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세계 1위의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마저 제철소를 폐쇄하고 해외 공장과 광산을 매각하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 코스틸이 경영전략 전문가인 김 사장을 새로운 선장으로 추대한 것은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전세계적인 철강업 불황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실제로 코스틸의 임원 회의실에는 '기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준비되지 않은 자를 리더로 임명하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액자에 걸려 있다. 김 사장에게 대표 자리를 넘기고 경영 전권을 위임한 박재천 코스틸 회장이 걸어놓은 것으로 김 사장에 대한 코스틸의 신뢰와 기대를 읽을 수 있다.

김 사장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성과를 내는 과정이 힘들기는 하지만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밤을 새우는 과정 속에서 금전적 보상이 아닌 스스로 깨치고 성숙하면서 자아를 성찰하게 되는 것이 계속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한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오리건대 수학과에 편입해 1년반 만에 졸업하고 코넬대 경제학박사 과정에 들어간다.

"국내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지방대학이라는 이유로 취직 과정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해 한번 더 도전해보자며 유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오리건대 수학과를 택한 이유는 언어적 문제도 있었지만 경제학을 배우려면 수학이 꼭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그리고 코넬대 경제학박사 과정에 입학했지만 수업을 쫓아가기 힘들고 체력적ㆍ정신적으로도 크게 지쳐 결국 휴학을 하게 됐습니다."

코넬대 박사 과정에서의 시련을 뒤로 하고 김 사장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로 옮겨 행정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삼성화재에 취직한다. 당시 그는 유엔의 직원이 되는 것도 가능했지만 부인의 출산을 앞두고 자녀의 국적 문제를 고려해 귀국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인사조직 컨설팅업체에서 1년가량 근무하고 삼정KPMG에서 전략컨설팅그룹 매니저로 활동하다가 컨설팅을 해주던 한국섬유기술연구소(KOTITI)의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박재천 코스틸 회장과 맺은 인연이 그를 생소한 분야인 철강업계 경영인의 길로 이끌게 된다. 김 사장은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에게 협회 운영과 사업 모델에 대한 자문을 해줬으며 박 회장의 요청으로 코스틸에서 마케팅과 경영전략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를 눈여겨본 박 회장이 영입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김 사장은 2011년 2월 코스틸 부사장으로 영입됐고 이어 2년 만인 올해 1월 코스틸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코스틸에 온 후 김 사장은 철강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공부에 매달렸다.

"해당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조직 내에서 인정받기 어렵고 이를 극복할 방안은 공부밖에는 없습니다. 코스틸에 와서 사내 전문가는 물론 외부 전문가도 꾸준히 만나고 관련 서적을 독파하며 철강업에 대한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현재 철강업에 대한 이해가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제품 특성이나 전문용어는 문제가 없지만 아직 설비에 대한 이해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김 사장은 코스틸 대표이사에 오르며 직원들에게 크게 세 가지를 약속했다. 노력한 성과를 공정하게 공유하는 프로세스 확립, 회사의 성장, 강하고 단단한 조직문화 구축이 그것이다.

김 사장은 우선 임직원 성과평가와 관련해 새로운 평가체계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성과를 이른바 'n분의1'로 나누는 문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 많이 노력하고 회사에 더 많이 기여한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을 구분해 차별적인 보상을 하는 게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평가체계 확립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직원 개개인이 연초에 특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평가지표(키 퍼포먼스 인디케이터)를 회사에 제출하고 이를 취합해 연말에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또 이와 별도로 성과와 상관없이 업무에 임하는 자세, 팀워크, 도전정신 등 역량평가를 병행해 최종 성과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향후 성장과 관련해서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코스틸은 현재 베트남 호찌민에 철강공장을 두고 있고 하노이에는 삼성전자의 휴대폰 케이스 제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최종적으로 염두에 두는 시장은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아프리카다. 김 사장은 "철강 선재 제품은 건축용 자재로 많이 쓰이는 만큼 도로ㆍ건물 등의 건설이 활발한 아프리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현재 동남아는 글로벌 철강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아프리카 시장에서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 5년 후쯤 승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강하고 단단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회사 내 규율을 명확히 세우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외부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해 우리 스스로를 훈련시키고 공통의 합의된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외부충격에 조직이 크게 흔들리기 마련"이라며 "다만 조직을 강하게 단련시키되 최대한 직원을 배려하는 노력을 병행해 조직의 피로감을 해소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김동호기자






■ 시장 패러다임 변화 이끄는 코스틸

제품 공급가 할인·판로 개척 등 고객사 전방위 지원

이재용기자

김정빈 코스틸 사장은 극심한 철강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강업계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경영전략은 물론 영업과 마케팅 방식까지 모두 바꿔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 철강시장은 공급자가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철강업체 중 누가 더 빨리 시장의 변화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또 다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제품의 거래 및 영업 방식, 프로모션, 고객 불만에 대한 대응 등을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부 바꾸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코스틸이 도입한 고객사 할인정책이 대표적이다.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할 때 제품가격이 전달보다 인하될 경우 고객사 입장에서는 쌓아놓은 제품의 재고가치가 감소하게 된다. 이 때 코스틸은 전달에 고객사에 공급한 제품 중 일부를 이달에 내려간 가격을 반영해 소급 할인해줘 고객사의 가격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주고 있다.

코스틸은 또 제품 판매대금으로 고객사로부터 받은 어음을 고객사가 막지 못하면 이를 대신 막아주기도 한다.

아울러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거래업체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경영이 부실화된 고객사에 대해서는 제품 공급가격을 인하해 자금수지 악화를 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코스틸의 영업 컨설턴트와 엔지니어를 통해 고객사의 판로개척 및 공장 비효율성 개선도 지원해준다. 현재 코스틸은 이 같은 방식으로 4개 고객사를 지원하고 있다.

김 사장은 "고객사 지원 프로그램은 단기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사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투자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스틸은 국내 선재시장에서 40%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선재란 단면이 5㎜ 안팎인 원형의 철강제품으로 철사처럼 생겼으며 코스틸의 주력제품인 연강선재는 철선ㆍ철못ㆍ볼트류ㆍ옷걸이ㆍ문구류ㆍ강섬유 등에 널리 쓰인다.



● 김정빈 사장은

▲1973년 춘천 ▲1991년 서울 개포고 ▲1995년 한림대 경제학 ▲1999년 미국 오리건대 수학 ▲1999~2001년 코넬대 경제학박사 과정 수료 ▲2003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석사(금융시장분석 및 거시경제) ▲2003~2006년 삼성화재 전략지원팀 ▲2006~2007년 네모파트너즈 수석컨설턴트 ▲2007~2008년 삼정KPMG 전략컨설팅그룹 매니저 ▲2009~2011년 한국섬유기술연구소(KOTITI) 전략기획본부장 ▲2011~2012년 코스틸 부사장 ▲2013년 1월~ 코스틸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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