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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간호서비스 확대 후폭풍… 간병인들 고용불안에 떤다

6000여명 실직 우려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애들을 키우려고 간병일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니 걱정이 많네요. 간병일을 그만두면 나이 60이 다 된 사람을 어디에서 받아주겠어요."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병일을 하고 있는 장모(55)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간병대책을 듣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병원이 간병까지 도맡으면 환자 개인이 고용하는 간병인들의 설 곳이 점점 좁아진다는 소식 때문이다. 장씨는 "환자들이 비싼 간병비를 내지 않아도 충분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계에 위협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간병인소개업체 관계자도 "앞서 요양보호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존 간병인의 일자리가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앞으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병원에서 간병까지 책임지는 '포괄간호 서비스'를 점차 확대하기로 하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간병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공공병원 포괄간호 서비스 시범사업이 시작돼 간병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등이 확정되며 오는 2015~2016년에는 지방·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포괄간호 서비스가 확대된다.

2017년 전체 의료기관의 70%는 최소 1개 병동 이상에서 포괄간호 서비스를 시행한다. 전체 병상 수로 따지면 약 25%인 7만656병상이 간병인을 따로 두지 않아도 병원에서 간병 서비스를 책임지는 것. 2018년부터는 수도권·대형병원으로 확대 적용된다.

포괄간호 서비스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전문 간호인력이 담당한다. 복지부는 포괄간호 서비스 확대 적용에 따라 신규 간호인력이 올해 500여명, 2017년까지 2만여명, 2018년 이후 모두 10만여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간호대 정원을 계속 늘리고 시간선택제 간호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기존 간병인들이 맡던 일을 새로운 전문 간호인력이 채우면서 현재 활동 중인 간병인들은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급성기병원(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돌보는 일반병원)에 2만5,000여명,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요양병원에 2만여명의 간병인이 활동하고 있다.

포괄간호 서비스는 급성기병원을 우선 대상으로 하는데 2017년이 되면 산술적으로 급성기병원 간병인의 4분의1인 최소 6,000여명 이상이 일터를 떠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간병인의 일자리 감소 우려가 제기되면서 복지부는 간병인들의 전직을 돕거나 간호조무사 자격을 딸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병세가 심하지 않은 노인환자를 돌보는 병원의 경우 입원생활을 보조하는 병동 도우미를 일부 뽑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포괄간호 서비스 시범사업과 함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병동 보조인 등 간호인력의 적정한 구성 비율을 따져보는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르면 6월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 7월부터 가벼운 치매환자 가운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5만여명을 ‘치매특별등급’으로 지정해 장기요양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하므로 간병인들이 이 분야로도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병 부문 제도개선이 단계적으로 3~4년에 걸쳐 진행되므로 기존 간병인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간병인 대다수는 중·장년층 여성들로 새로운 일을 찾기가 만만치 않고 또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간호조무사가 되기도 쉽지 않아 기존 간병인들에 대한 대책이 정교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년째 간병일을 하고 있는 김모(53)씨는 “본격적인 간병제도 개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정부가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7년 간병인제도를 폐지한 일본의 경우 당시 하루 평균 약 4만여명의 간병인이 활동했으며 일본 정부는 간병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이 간호보조사로 간병인을 고용하도록 유도하거나 간병인이 간호조수(우리나라에는 없음)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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