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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SDS BW 저가발행'에 대한 판결에서 '유죄 판단을 하되 정상을 참작해 실형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절충적인 판단이다. 재판부가 경제 현실과 법리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짙다는 분석이다. ◇유죄 인정되지만 정상참작 재판부는 "이 전 회장 등이 긴급한 자금 수요 등이 없는 상태에서 저가발행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1만4,230원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자녀에게 7,150원에 인수하도록 해 SDS에 227억7,400만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유죄 판단을 했다. 또 "실제 BW 행사가격인 7,150원은 공정한 BW 행사가격인 1만4,230원과 1.99배의 차이가 나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발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결국 "잘못된 행동이기는 하지만 저가발행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이 전 회장 등이 BW 행사가격을 산정할 당시 관련 판례나 법률이 없어 이 사건 행위가 위법은 아닌 것으로 인식할 여지도 있었던 점, 이 전 회장 등이 SDS가 입은 손해액 227억여원 이상을 SDS에 납부했고 회사 이익 수천억원을 실현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 등을 '책임 감소사유'로 들어 '실형선고'를 비켜갔다. ◇특검팀 재상고 여부 주목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같은 판결을 내림에 따라 특검 측의 재상고 여부가 주목된다. 특검은 선고일에서 7일 안에 상고해야 하며 재상고심은 일반사건과 마찬가지로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小部)에 배당되고 소부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원합의체로 넘어간다. ◇13년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 종지부 파기환송심에서 SDS BW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고 앞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에 대해 무죄가 확정되면서 지난 1996년 에버랜드 CB 발행을 시작으로 불거진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2000년 법학 교수들은 이 전 회장 등 33명을 에버랜드 CB와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그 결과 에버랜드의 전ㆍ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씨가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2007년 11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특검 수사가 시작됐고 이 전 회장과 임원진이 불구속 기소됐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혈투 끝에 무죄 판결이 나왔다. SDS BW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전 회장 등은 1999년 말부터 두 차례 검찰에 고발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결국 특검 수사로 시작된 재판단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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