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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뜬구름만 잡은 박원순 시장 연설

"대기업 입사와 공무원 시험은 핏빛 전쟁이 난무하는 레드 오션입니다. 주위를 잘 살펴보면 틈새가 없지 않습니다.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는 꿈을 찾아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나아가십시오." 지난 7일 오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20~30대 청년들과 취업의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 '청춘콘서트'에 참석했다. 행사의 시작은 뜨거웠다. 200석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350여명이 홀을 가득 메웠다. 청중의 상당수는 박 시장이 무대에 등장하기 무섭게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내 한풀 꺾였다. 중소기업에서 특히 심각한 인력 수급 불균형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고졸 취업은 어떤 식으로 정착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정책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꿈을 좇아 하고 싶은 일을 해도 굶지 않을 수 있도록 하겠다" "패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등의 뻔한 교훈들만 요란하게 스피커를 울렸다. 어떤 이는 고개를 떨구며 졸기 시작했고 또 어떤 이는 수첩과 펜을 슬그머니 가방에 집어넣었다. 급기야 20대 초반의 한 대학생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박 시장을 향해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시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이날 청년들은 연예인 구경하는 심정으로 박 시장을 찾아온 게 아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으며 떳떳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자리 정책의 청사진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2시간여 동안 그들의 귓속은 '꿈, 열정, 도전정신'과 같은 알맹이 없는 말로 딱지가 앉았다. 젊은이의 얘기를 듣는 통로인 '청년의회'를 만들겠다는 말미의 약속도 실현 가능성과 효용성 모두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시장과 함께 패널로 참석했던 한 창업 컨설턴트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현실을 '깜깜한 방 안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상황'에 비유했다. 애석하게도 이날 박 시장은 어두운 방을 밝히는 희망의 촛불이 돼주지 못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름답지만 공허한 수사로만 가득했다. 박 시장이 취임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돼간다. 파격행보 자체만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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