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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1월 18일] 우유업체들의 딜레마
입력2010-11-17 18:07:45
수정
2010.11.17 18:07:45
"10분간 쉬라고 해서 놀았더니 몇 분 후에 10분간 일을 안 했으니 인사고과에서 벌점을 주겠다는 것과 같은 상황이죠." 국내 우유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유업체들의 가격 담합 여부를 강도 높게 조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그의 말에는 낙농가를 비롯한 관련 업자들이 공정위에 선처를 호소하고 나선 것도 힘을 보태고 있는 듯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의 원재료는 100%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다. 원유는 쉽게 변질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들여오기 힘든 까닭이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우유값 담합도 시작은 국내 원유값 인상이었다. 원유값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게 아니라 정부ㆍ낙농가ㆍ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실상의 공적 기구인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한다.
지난 2008년 7월 낙농진흥회는 당시 외환위기로 환율이 폭등하고 사료값도 뛰어 오르자 낙농가의 수익성을 보전해주는 차원에서 4년 만에 원유값을 20.5% 인상했다. 그러자 우유업체들은 8월에 제품 가격을 일제히 17~18% 가량 올려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우유값이 1ℓ 기준 2,100~2,200원대로 형성됐다.
그런데 왜 담합(?)이라도 한 듯 같은 시기에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한 것일까. 업체들은 우유 구성 재료 중 원유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원유값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즉 동일한 성분의 우유 공급가격은 브랜드와 상관 없이 원유값과 긴밀히 연동된다는 것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유가 브랜드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소비자도 잘 알고 있어 가격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현장의 영업사원을 통해 수시로 경쟁사의 가격을 체크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물론 우유업체와 낙농가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우유 제조 및 유통과정의 특이성만을 주장하며 시장이 획일화에 순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지금의 논리는 메이저 3사가 대부분을 점유하는 '과점시장'에서 만들어 낸 '시장의 룰'에 안주하겠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자기 색깔을 내지 않고 현재의 점유율을 고수하는 방식의 영업으로는 언제든지 가격담합 의혹을 받게 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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