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0∼0.25%인 초저금리 기조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이 같은 연준의 결정은 시장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연준은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른바 '출구전략 시간표'에 대해서는 어떤 힌트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연준은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미국의 경제활동은 '보통 속도(modest pace)'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혀 지난달 회의 때의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라는 표현에서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파임스(FT)는 "연준이 경기진단을 하향 조정했다"며 "이는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시기에 약간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미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으면서 당초 오는 9월로 예상됐던 양적완화 축소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발표된 올 2ㆍ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로 시장 전망치인 1.0%를 웃돌았지만 1ㆍ4분기 성장률이 1.1%로 잠정치 1.8%보다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점을 감안하면 경기회복세가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짐 오설리번은 "지난 4분기 동안 실질 GDP가 1.4% 늘었다는 것은 고용지표에 비해 대단히 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앤드루 윌킨슨 밀러타박 수석 경제전략가도 "연준의 미묘한 변화는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전망을 조금 벗어난 것"이라며 "양적완화 지속에 대한 기대가 투자심리에 스며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은 연준의 이번 성명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상당수 국고채 딜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이르면 9월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간 뒤 2015년 상반기에는 기준금리도 인상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릭 그린 TD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4ㆍ4분기 0.1%에 그쳤던 성장률이 지난 2분기 동안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출구전략호(號)는 이미 항해를 시작했고 오직 악천후만이 배를 회항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