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졸업한 뒤 취업 준비로만 5년을 보낸 조경진(32ㆍ여ㆍ가명)씨는 최근 공기업 입사에 '올인'하려던 생각을 깨끗이 접었다. 얼마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이 공공기업의 29세 이하 신규채용을 의무화하면서 자신의 공기업 입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판단해서다. 개정안은 한시법이어서 앞으로 3년간 시행되지만 3년 뒤면 조씨는 이미 30대 중반이다. 조씨는 "사기업 입사에 계속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이제 남은 곳은 공기업인데 그마저도 끝난 것 같다"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계약직 생활이 계속될까 두렵다"고 낙담했다.
회사원 김중현(33ㆍ남ㆍ가명)씨는 군 복무 시절부터 10년 동안 아껴 모은 저축으로 난생 처음 '내 집'을 갖는다는 설렘에 가득했다가 이내 실망했다. 올해 말 경기도 고양시의 18평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김씨는 생애최초주택 구입시 취득세 감면 혜택이 35세 이상 기혼자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800만원에 이르는 취득세를 꼼짝없이 내야 할 상황"이라며 "35세 미만에 미혼이라는 이유로 생애최초주택마련대출 혜택도 못 받았는데 취득세까지 내라니 억울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취업이 늦춰지고 결혼을 미루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30대, 특히 35세 이하 '삼초(30대 초반)'가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청년취업 정책은 29세 이하로 초점이 맞춰져 있고 내 집 장만 마련을 돕는 정책은 35세 이상 기혼자를 혜택 대상으로 삼고 있는 터라 취업도, 결혼도 안 한 '애매한' 30대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 논란은 30대 초반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개정안은 15세 이상 29세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공공기관이 신규채용할 경우 정원의 3% 이상을 이들 청년으로 뽑도록 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내년 1월1일 기준으로 만 30세가 넘는 75만명의 1983년생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인천에서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정모(31)씨는 "일반 기업체를 근무하다가 좀 더 안정된 직장을 갖고자 공기업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공기업 입사에 목숨을 거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어느 대학이든 스펙 때문에 일부러 취업을 늦추는 30대가 많다"면서 "대학 도서관 한 군데만 가보면 알 일인데 입법자는 그런 것도 모르냐"고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결국 법안을 발의한 김관영 민주당 의원은 "30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뒤늦게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최초주택 마련 연령 기준이 '35세 이상 기혼'으로 정형화됐다는 점도 30대 초반에게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경제위기의 불안감으로 집을 먼저 마련해두고 결혼하겠다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게는 세제혜택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김씨처럼 결혼 전에 지방에 집을 얻어두려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이모(34)씨는 "정부가 좀 더 (연령대에 대해) 세심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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