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내년도 저출산정책 예산이 올해보다 25% 이상 높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2.5% 늘어난 것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이고 이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동의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해 실제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18일 복지부가 각 부처에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오는 2010년 저출산정책 총 예산(안)은 5조9,633억원으로 올해 4조7,677억원 대비 25.1% 증가했다. 부처별로 보면 주무부처인 복지부 소관 예산이 4조7,677억원에서 5조9,633억원으로 25% 확대 편성됐고 교육과학기술부가 7,270억원에서 9,664억원으로 32.9%나 늘어났다. 그 밖에 노동부의 저출산 관련 예산이 올해(3,765억원)보다 6% 늘어난 3,995억원을 기록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부는 소폭 줄어들었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자녀 양육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지원금액의 증대가 눈에 띈다. 만 4세 미만의 차등보육비가 2조1,096억원에서 3조4,004억원으로 50% 이상 증액됐고 교과부의 차등교육비 지원도 1,733억원에서 2,867억원으로 늘어났다. 또한 복지부는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 지원도 2,176억원에서 3,426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노동부는 직장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올해(157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385억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아이를 키우는 데 따른 비용부담을 들고 있어 이 부분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저소득층에 대해 방과 후 영어ㆍ논술ㆍ음악 등의 학교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 자유수강권 지원이 늘어나고 초등보육 프로그램 운영 확대, 사이버 가정학습 내실화 등에 올해보다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산전검사 지원에 500억원, 불임부부의 체외수정ㆍ인공수정 시술비도 300억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 증액을 위해서는 재정부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국가 재정의 어려움만 호소하고 있다"며 "대통령도 저출산이 국가적 과제라고 하는데 돈줄을 쥔 쪽이 눈앞의 것만 보고 있어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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