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10m 허들에 출전하는 ‘황색 탄환’ 류샹(28ㆍ중국)은 중국의 희망이면서 아시아의 희망이다. 아시아의 절대 약세 종목인 트랙 경기에서 서구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허들 110m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선수 사상 처음으로 단거리 종목에서 세계를 제패한 류샹은 2006년에는 12초88의 세계기록을 수립했고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남자 허들 역사상 세계기록을 세우고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류샹뿐이다. 그러나 류샹은 2008년부터 긴 침체기에 들어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예선 레이스 시작 직전 오른쪽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기권한 뒤 발목 수술을 받은 이후로도 기록이 13초대 중ㆍ후반에 그쳤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3초09로 우승해 다시 정상권에 근접한 류샹은 이번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베이징 올림픽의 아쉬움을 날려버리고 왕좌에 복귀하겠다는 각오다. 보폭을 넓히는 새로운 주법을 앞세워 지난 5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상하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꿈을 이루려면 ‘0.01초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우승후보는 류샹(12초88ㆍ이하 개인 최고기록)과 현 세계기록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24ㆍ쿠바ㆍ12초87), 데이비드 올리버(28ㆍ미국ㆍ12초89) 등 3파전으로 압축된다. 로블레스는 2008년 6월 체코 골든스파이크 대회에서 류샹의 세계기록을 0.01초 앞당긴 데 이어 그 해 8월에는 류샹이 레이스를 포기한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7년 오사카 대회 4위가 최고 성적인 세계선수권에서 첫 우승을 벼르고 있다. 올리버는 올 시즌 가장 ‘뜨거운’ 선수다. 아직 메이저대회 금메달이 없고 개인 최고기록도 3위지만 올 들어 유일하게 12초대를 뛰었다. 지난 6월 다이아몬드리그 유진(미국) 대회에서 시즌 최고기록인 12초94로 우승하며 류샹(13초00)을 제쳤다. 세계 정상을 가릴 불꽃 튀는 결승 레이스는 오는 29일 오후9시30분에 벌어진다. 승마경주에서 착안된 허들 경기는 106.7㎝ 높이인 10개의 장애물을 넘는 박진감 넘치는 종목이다. 여자는 100m를 달리고 장애물 높이도 83.8㎝로 남자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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