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 날씨도, 파란 하늘도,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도, 러시아의 음식도 모두 마음에 든다." 지난 3월7일부터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 한국 우주인 후보 중 한명인 고산(30)씨가 약 열흘간의 러시아 현지 생활에서 겪은 느낌을 적은 편지를 보내왔다.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혁신뉴스 4월호에 실린 이 편지에서 고씨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겪었던 아침의 새 소리와 얼음이 녹아 내리는 낙숫물 소리, 그리고 러시아 음식 등에 대한 느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고씨는 이 편지에서 "지금 이곳(러시아 스타시티)은 눈이 녹아 내리는 중"이라며 "아침이면 새들의 짹짹거리는 소리와 함께 경쾌한 낙숫물 소리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음을 알려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겨울 동안 지붕 위에 두껍게 쌓였던 눈들이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 이제야 물이 돼 그들의 종착역인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소리는 왠지 모르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설레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며 '우주를 향한 설렘'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특히 "이곳의 생활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유난하게 따뜻한 봄 날씨도, 파란 하늘도, 순박한 사람들의 미소도, 러시아의 음식도 모두 마음에 든다"고 말해 머나먼 동토에서의 고된 훈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러시아 음식에 대해서는 "우리 음식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대신 담백하면서 은은한 맛이 있고 식당은 음식을 괜찮게 해주는 편이어서 우려했던 바와는 전혀 다르게 러시아 음식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고씨는 "지금 이곳에는 한국 우주인 후보 2명 말고도 러시아 우주인 후보 3명, 말레이시아 우주인 후보 2명이 함께 살고 있다"며 소개하고 우주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의 사진도 보내왔다. 이어 "조금 떨어진 곳에는 미국 우주인과 유럽 우주인들이 살고 있는 숙소가 있다"면서 "유럽 우주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우주인들이 자국에 '스페이스 셔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우주인 배출사업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시각을 조심스럽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개인적으로 유리 가가린(동상)의 발밑에 꽃을 바쳤다"고 소개한 뒤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후회 없이 힘찬 날갯짓을 해보려고 한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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