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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술혁신성보다 재무안정성 매달리는 벤처지원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벤처기업 육성이 답보상태다.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벤처통계 시스템 '벤처인'에 따르면 현재 국내 벤처기업 수는 2만8,600여개로 2012년 이후 3년째 제자리다. 정부가 창업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지만 외형적으로 보면 성장이 멈춘 것과 같다. 왜 이렇게 됐을까. 벤처업계에서는 기술혁신보다 재무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벤처확인제도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06년 벤처 확인주체를 중소기업청에서 기술보증기금 등으로 바꾸면서 유망 기술만 있으면 벤처기업 지위를 얻을 수 있던 기존의 '신기술 인증방식'을 폐지했다. 엉터리 기술을 포장해 벤처 혜택만 챙기는 모럴해저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대신 기술보증기금의 평가를 거쳐 보증이나 대출을 받은 업체를 벤처로 인정해주는 쪽에 집중했다. 대박 날 가능성이 있는 기술력보다 망하지 않을 재무구조가 벤처 여부를 결정하는 최우선 조건이 된 셈이다.

하지만 기술력과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창업한 기업의 재무상태로는 대출·보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었다. 제2 벤처붐을 일으켜 혁신경제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큰소리에도 불구하고 벤처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다. 지금도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자금부족으로 이른바 '데스밸리(death-valley)' 구간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유망 기술이 사장되는 사례가 많은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혁신기업이 나오고 창조경제가 꽃피우기를 바라겠는가.



벤처 육성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 벤처의 속성이라면 출입구를 좁히기보다 차라리 유망 벤처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후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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