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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IT의 양질전환 & 리셋


머리가 무거웠다. 지난 7월 초 '정보기술(IT)발 산업혁명'에 대한 취재 지시를 받은 후부터다. 이유는 '새삼스럽게 지금 왜 그 얘기를 하나'와 '뻔한 얘기 아니냐'는 물음에 딱 떨어지는 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시의적절하고 좋은 주제"라고 말은 했지만 겉도는 느낌은 여전했다.

지난달 19일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갔다. 'IT발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들고 4일 동안 바쁘게 오갔다. 시냅틱스의 릭 버그먼 회장, 케빈 바버 부사장부터 시작해 이호찬 KTB벤처스 대표, 구글의 이동휘 엔지니어와 황성현 HR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났다. 정기현 SK플래닛 전무와는 조찬을, 페이스북 엔지니어와는 점심을 함께했다. 테슬라도 탔다. 글로벌 게임업체 징가에서 근무했던 제갈한 대표, 스탠퍼드대 전기전자공학과 박사들이 창업한 스트라티오의 이제형 대표, 애플과 구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천재 엔지니어 박성파씨 등 여럿과 얘기를 나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개발(R&D)센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실리콘밸리센터, SK텔레콤아메리카 등도 찾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의 국적과 나이, 생각과 목표는 달랐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기회가 생겼다는 자신감, 그리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당당함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기자는 고민하던 물음에 대한 답을 봤다. 바로 'IT의 양질전환'과 '리셋'이다.

양질전환의 법칙은 양적인 축적 후에 질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을 수증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은 100도가 되기 전에는 끓지 않지만 100도가 되는 순간 수증기로 새롭게 태어난다.

IT도 마찬가지다. 지난 1969년 인터넷 전신인 아르파넷이 만들어진 후 오랜 시간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양적인 축적이 계속됐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이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전세계로 퍼지며 이슈가 된 바로 지금이 양과 질이 바뀌는 교차점"이라고 말한다. 휴대폰 70억대, 인터넷 이용자 30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 20억명이 되면서 비로소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물과 수증기는 완전히 다르다. IT도 마찬가지다. 질적인 변화를 통해 시장은 모바일로 새롭게 '리셋'됐다. 이제 막 오프라인 서비스가 모바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새롭게 열린 모바일 서비스 시장은 누구에게나 기회다. 그들의 자신감은 여기에서 나왔던 것이다.

물론 기회는 한국이 아닌 '글로벌'에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 중 한국어 비중은 0.4%, 세계로 나가면 가치는 250배가 커진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각각 20조원, 1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이자 한국 기업들이 세계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새롭게 리셋된 세상이 보이는 순간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갑자기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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