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증권상품의 특성상 피해를 입은 사실조차 알지 못해 구제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지만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유명무실해졌다. 전문가들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소송진행절차가 제도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증권관련집단소송은 증권의 매매 등의 거래과정에서 다수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중 1명 또는 소수 인원이 대표당사자가 돼 수행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대표당사자가 승소할 경우 소송 원고인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더라도 추후 권리신고 등을 통해 동일한 피해보상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기존'다수당사자 소송'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든 증권관련 소송을 집단소송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소송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는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설명서의 허위 기재 ▦사업ㆍ반기ㆍ분기보고서의 허위기재 ▦내부자 거래 ▦주가조작 ▦분식회계로 인한 피해 등으로 한정된다. 또 피해를 입은 구성원이 50인 이상이어야 하고 구성원이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의 합계는 피고 회사의 발행 유가증권 총수의 1만분의 1이상이어야 한다. 인지대 상한액이 5,000만원으로 크고 최근 3년 간 3건 이상의 관련 소송을 한 소송대리인의 경우 해당 사건의 소송대리인의 될 수 없다는 규정도 있다. 전영준 한누리 변호사는 "복잡한 증권관련집단소송을 진행하려면 나름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 같은 조건은 오히려 전문로펌의 등장을 막아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받을 수 없게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지난 4월 정부는 주가조작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이 증권범죄 집단소송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무부 상사법무과 안병수 검사는 "집단소송제를 지금보다 활성화해야 한다는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자격제한의 완화나 범위의 확대 등 여러 부분을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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