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용자들이 게임을 통해 얻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하기도 해 MMORPG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에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MMORPG의 대표주자인 리니지의 이용자들은 게임을 통해 게임 머니인 아덴을 모을 수 있고 아덴으로 아이템을 사거나 현금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을 통해 마련한 아덴으로 아이템을 사는 행위는 적법하지만 아덴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6년 파칭코와 유사한 게임인 바다이야기의 사행성과 중독성이 지적되면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진법)은 2007년 1월 현금거래를 활성화하는 쪽이 아닌 규제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개정 결과 추가된 32조 제1항 제7호는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 등)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게임제작업자의 컴퓨터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해킹 등을 하거나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은 환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에 해당 법이 고스톱·포커 등 사행성 게임과 리니지 등 일반 온라인게임을 구분하지 않고 적용돼 일반 온라인게임 이용자 수백만명을 전과자로 만드는 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2007년 2월 당시 문화관광부는 하위 법령안 공청회를 열고 고스톱·포커류의 도박성 게임이거나 불법프로그램으로 획득한 온라인게임의 아이템·게임머니만 환전금지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니지 게임머니 판매상들이 게임머니를 환전해 준 혐의로(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재판에 넘겨지면서 게임머니 환전의 불법성 여부가 가려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리니지의 게임머니 판매상인 김모씨와 이모씨는 지난 2007년 2,300여회에 걸쳐 리니지 게임머니인 아덴을 의뢰인들에게 현금 2억3,300여만원으로 환전해줬다.
이에 검찰은 리니지게임의 아덴이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라는 판단 아래 김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김씨와 이씨는 2008년 3월 약식재판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게임머니나 아이템의 거래에 대해서 세금은 부과되는 반면 직업적으로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행위는 불법적인 행위로 간주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제기한 정식재판은 법조계뿐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법률 조항을 "고스톱·포커류뿐만 아니라 일반 온라인게임의 결과물도 환전을 업으로 삼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며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2007년 개정된 게진법을 하나하나 짚으며 김씨 등의 환전행위를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본 부분은 아덴이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머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머니에 대해 "개인의 노력이나 실력 등에 좌우되지 않는 우연적 요소로 게임의 승패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게임에 참가한 일부의 사람만이 자신이 게임 참가 당시 본래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획득하게 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정의했다.
재판부는 리니지 게임 운영 방식을 볼 때 우연적 요소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리니지의 경우 게임 내에서 아덴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몬스터나 동물을 사냥해 성공해야 하고 그 경우 미리 정해진 아덴을 획득하게 된다"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획득하게 되는 아덴이 얼마나 되는지 사냥에 성공하기 전에는 미리 알 수는 없어 이러한 부분에서 다소의 우연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캐릭터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벌이게 되는 다른 캐릭터와의 싸움을 통해서도 아덴을 획득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활, 칼 등의 아이템에 의지하는 바가 커 우연적인 요소에 의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환전행위의 대상인 아덴은 게임 자체에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밖에 불법프로그램인 이른바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해 아덴을 수집하는 경우 불법성이 인정되지만 김씨 등이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게임 운영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아덴의 획득에는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해 획득한 게임머니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정상적으로 획득한 게임머니를 환전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첫 판례가 만들어졌다.
이번 판결은 온라인게임 시장과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아이템 거래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MMORPG 이용자들 중 게임을 단순히 즐기기 보다는 게임머니 환전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얻으려는 이들도 있다"며 "이번 판결은 온라인게임 시장뿐 아니라 아이템 거래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준 판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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