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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회사 CEO가 타는 차는?
몇 해 전 건설ㆍ부동산 취재를 담당할 때 ‘건설사 CEO가 사는 곳’이라는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브랜드의 아파트에 사는 경우가 많지 않아 그랬죠. 건설사 CEO임에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출퇴근의 편리함 등 여러 면을 고려하느라 어쩔 수 없이 경쟁사의 아파트의 살기도 했는데, “어디에 살고 있냐”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고 했던 그분들의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차는 어떤지 알아봤습니다. 설마 자기 브랜드가 아닌 차를 타는 강심장 CEO가 있을까 기대도 했지만 그런 경우는 역시나 없더군요.
일단 국산차 업체는 모두 자사의 플래그십 세단을 타고 있습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기아차 K9을 탑니다. K9 이전까지는 현대차 에쿠스 리무진에 올랐지만 기아차 최고급 세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차를 바꿨죠. 판매량에는 아직 힘이 덜 실렸지만 깊은 애정을 쏟는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아버지 대신(?) 에쿠스를 탑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알페온을 탑니다. 알페온은 그랜저, K7과 동급인 준대형 세단인데 안타깝게도 한국GM에서 나오는 최상위 모델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하네요. 일찍 단종된 대형 세단 베리타스가 그리울 따름입니다. 알페온도 좋은 차지만 사장님이 타기엔 2% 부족해 보이네요.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의 차는 SM7 3.5 RE 모델입니다. SM7의 판매가 부진하지만 열심히 타고 다니면서 SM7의 장점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으시죠.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는 체어맨 W 리무진 V8 5000을 타고 계십니다. 최근 나온 체어맨 W 서밋으로는 아직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하네요.
수입차 업체도 대부분 비슷합니다. 최상급 세단을 타면서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도 함께 하죠. 김효준 BMW 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750Li xDrive로 차량을 교체했습니다. 새로워진 7시리즈를 알리기 위해서죠. 기존에는 액티브 하이브리드7을 타셨다고 하는데, 사장님 말고는 국내에 구매한 사람이 거의 없는 희귀(?) 차종이었습니다.
수입차 최초의 외국인 여성 CEO인 브리타 제에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S600 롱을 타십니다. 타본 사람만이 아는 S클래스의 품격, 우아한 그녀와 잘 어울립니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대표 역시 플래그십 세단 A8을 탑니다. 특이한 점은 가솔린 엔진(TFSI)이 아닌 디젤엔진 모델(4.2 TDI LWB)이라는 점. 뒷좌석에 주로 타는 CEO들은 가솔린을 선호하지만 타머 대표는 디젤만의 엔진음과 주행감을 좋아한다고 하네요.
박동훈 폭스바겐 코리아 대표도 폭스바겐의 장인들이 만들어낸 페이톤 애호가입니다. 페이톤 4.2 모델,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잘 팔리면 좋겠지만 럭셔리 독일 브랜드에 비해서는 판매량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공식 의전차량으로 렉서스의 기함 모델인 LS600h를 탑니다. 최고급 차량에 더해진 하이브리드만의 기술력, 두말 할 나위가 없는 차죠. 어릴 적부터 자동차 마니아였던 ‘나’ 사장은 도요타와 렉서스가 국내에 출시하는 모든 차량을 타보기로도 유명한데요. 도요타 86 같은 경우 직접 타보고, ’86 Makes Driver’라는 슬로건도 잡아주고, 직접 영암에서 런칭쇼를 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스포츠카 마니아들이 더 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포르셰일텐데요. 포르셰를 수입하는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의 마이클 베터 대표는 911 터보 카브리올레를 직접 몰고 다닙니다.
스피드 마니아로 빠질 수 없는 수입차 대표가 한 명 더 있죠.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를 담당하는 한국닛산의 켄지 나이토 사장님. 특이하게 평소 출퇴근 할 때는 닛산 370Z를 몰고 다닙니다. 공식 석상에서는 인피니티 JX의 뒷좌석에 오르지만 직접 370Z를 운전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하네요.
데이비드 맥킨타이어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대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 브랜드의 차를 번갈아 탑니다. 직접 재규어 XKR 컨버터블의 지붕을 열고 출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모습이란 남자인 제가 봐도 반할 정도. 랜드로버 브랜드로는 레인지로버도 종종 탑니다. 신형 레인지로버가 출시됐지만 고객을 위해 나중으로 미뤘다고 합니다. 브랜드가 두 개다 보니 이런 호사를 누릴 수도 있네요.
페라리 같은 경우에는 공식 수입사의 모회사 회장님이 페라리를 무척이나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전설의 엔초 페라리도 보유하고 계시고, 가장 최근에 공개된 라 페라리도 구입하셨다는데 구경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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