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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한국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다른 국가들과 앞으로 양자회담을 통해 무역자유화 수준을 더욱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 아세안과 FTA를 맺었지만 국가 간 자유화율이 다르고 개방품목도 서로 달라 실제 자유화율은 39%에 그쳤다. 특히 상대방이 특정상품을 민감품목으로 설정해버리면 이에 반발해 똑같은 상품을 민감품목으로 지정할 수 있는 '상호주의'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실질적인 자유화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역 상대국들이 보복 차원에서 서로 민감품목으로 설정해버리는 품목들이 늘어나면서 무역자유화의 실제적인 효과가 낮았다는 의미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베트남은 한·아세안 FTA 대비 7억8,000만달러(수입액 기준 6%포인트), 200개 품목을 추가로 개방해야 한다"며 "베트남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의 추가 자유화 협상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론 기대된다"고 말했다.
베트남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일본이 속도를 내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요2개국(G2)이 경제패권을 확대하기 위해 세력 응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FTA의 '린치핀(핵심축)'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번 FTA를 통해 RCEP·TPP로의 성공적 진입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동남아 시장의 관문으로 통하는 베트남 내수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베트남은 인구 9,000만명의 신흥시장으로 매년 5~6%의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고 향후 중산층을 대상으로 소비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함께 베트남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설정해 소비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를 꾀할 수 있다.
베트남 시장을 두고 우리와 경쟁관계인 일본에 대해서도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일본은 2009년 10월 일·베트남 FTA를 발효했다. 우리보다 5년이나 빠른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보다 2.1%포인트 높은 수준의 자유화에 합의함에 따라 우리 기업은 일본 기업과 동등하거나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
한·베트남 FTA는 올해 들어 5번째, 전체적으로는 15번째 FTA로 기록된다. FTA 체결을 통한 경제영역 확대를 경제정책의 주요 목표로 내건 박근혜 정부는 올해 들어서만 호주·캐나다·중국·뉴질랜드 등과 잇따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다만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 사정으로 FTA 협상이 지연되고 있고 여타 양자 FTA 협상은 당초 합의된 시한에 따라 적기에 타결되고 있다.
한·베트남 FTA는 우리 중소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의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 주력 수출품목인 섬유, 자동차 부품(엔진·에어백·서스펜션 등) 등의 추가개방으로 중소기업 제품 수출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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