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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문변호사] <7편> 건설·부동산 (1) 최돈억 화우 변호사

성실·원칙 중시하는 ‘판례제조기’ 별명<br>한번 맺은 인연 끝까지 최선, 삼성계열사등 자문 도맡아<br>계약서 작성중 계약 파기땐, 손배 성립 첫 판결 이끌어내


2002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인천의 처가에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최돈억 화우 변호사(46ㆍ사법연수원19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자문계약을 맺고 있던 삼성물산 법무팀장이었다. "25일에 중요한 프로젝트의 입찰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사업리스크 분석이 제대로 안돼 자문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최 변호사는 전화를 끊자마자 가족과의 모임을 뒤로하고 곧바로 삼성물산 본사로 향했다. 그리고 2시간 넘게 삼성물산 직원들과 회의를 하며 자문에 성실하게 응했다. 다음날 오전에 일찍 자문하겠다고 전화를 끊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최 변호사는 긴급한 고객의 요구를 무시해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곧바로 자문에 응한 것이다. 삼성물산 직원들은 이런 최 변호사의 성실함에 감동을 받았고, 이때 인연으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 변호사에게 자문을 맡길 정도로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성실'과 '신뢰' 그리고 '원칙'= 최 변호사는 성실하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사람이다. 그는 고객이 원하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최 변호사와 한번 상담을 한 기업들은 자연스레 팬이 되기도 한다. 최 변호사가 건설ㆍ부동산 분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 많이 작용했다. 지난 1994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성건설의 법률 자문을 맡은 게 첫 인연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우성건설의 법무팀 고문역할을 하면서 건설ㆍ부동산 분야 일에 빠져들게 됐다. 이듬해에 삼성물산 법률자문을 하게 됐고, 이내 '성실한 변호사'로 입소문을 타면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깐깐하기로 소문난 삼성 계열사의 일을 도맡게 됐다. 2000년에는 아파트업계 최초로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홈페이지에 법률상담 코너를 신설해 최 변호사에게 이를 일임한 일도 있었다. 전폭적인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외에도 신세계건설, LIG건설 등 국내 유명 건설회사도 모두 최 변호사의 고객들이다. 모두 최 변호사의 성실함을 믿고 주저 없이 일을 맡긴 곳들이다. 최 변호사는 또 스스로 "원칙주의자"라고 할 정도로 원칙적이다. 한국부동산신탁이 2000년초 삼성중공업과 공사대금 문제로 분쟁을 겪은 적이 있다. 어느 날 한국부동산신탁 관계자가 전화를 해서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했지만, 최 변호사는 "삼성중공업을 계속 대리해 왔기 때문에 신의상 응할 수 없다"고 말하고는 끊었다. 다음날 한국부동산신탁측은 그에게 고문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통보를 해 왔다. 당시 한국부동산신탁측을 대리했더라도 아무 문제없는 일이었지만, 최 변호사에게는 고객과의 신뢰를 위해 원칙을 택한 것이었다. ◇국내 첫 판례 수두룩 "판례제조기" 별명=최 변호사는 계약서 작성 도중 계약을 파기하면 손해배상이 성립한다는 판결을 처음 이끌어 내는 등 판례제조기라는 별명을 달고 다닌다. 2002년 A사는 B시에 민간투자사업으로 하수처리장을 증설하는 공사의 계약을 진행 중이었다. A사는 B시의 사업공고에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 대상자가 됐고, 1년여에 걸쳐 세부계약까지 완료단계에 이르러 서명만을 남겨둔 상황이었지만 시의회의 예산안 부결로 계약은 파기되고 말았다. A사는 B시를 상대로 계약파기에 따른 60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문제는 계약성립 후 파기에 따른 배상판결은 존재했지만, 계약실사 도중 파기에 관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최 변호사는 "합리적으로 입찰에 참여해 수많은 비용을 들여 실사를 하는 등 협상대상자가 됐지만 1년여의 계약기간 마지막에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전례가 없던 이 소송에서 최 변호사의 논리를 받아들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의 비용을 인정해 16억여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또 부지개발에 있어 토지오염에 따른 배상판결도 최 변호사가 이끌어 낸 전설적인 판례로 남아 있다. 2000년 C시가 철도차량기지의 부지에 공장신축 등의 입찰을 내면서 시작된 이 소송은 토사가 폐기물로 분류될 수도 있는 최초의 판결이었다. ◇"은퇴후 고향 강원도에서 작은 농장갖는 게 꿈"=그는 건설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내부 직원들보다 더 정확히 꿰뚫고 있는 몇 안되는 변호사중 한명이다. 웬만한 기업 내부 소식은 최 변호사에게 물어보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건설회사 사람들은 그를 '빠꼼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변호사는 업계관계자만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베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또 바쁜 일정에도 대학 강의를 나간다. 강의를 하다 보니 강의자료와 실무경험 등을 포함해 책을 쓰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은퇴 후에는 고향인 강원도로 돌아가 작은 농장을 꾸리는 게 꿈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일을 너무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에 최 변호사는 "부동산과 뗄 수 없는 인연"이라며 응수했다. "건설ㆍ부동산 분야는 법리나 논리를 구성하면 할 수록 법률가로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분야"라는 15년 베테랑 최 변호사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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