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조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공공부문 부채다. 중앙·지방정부를 합친 일반정부 부채에 비금융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으로 국민 1인당 1,618만원꼴이다. 물론 이런 금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국제 기준에 맞춰 작성된 수치지만 공공부문 부채를 모두 합산한 사회 통념상 기준에는 못 미친다. 정부 통계에는 보증 채무와 국민연금 보유 국·공채 등이 빠졌다. 최소 1,000조원이라는 각계의 추정치보다 턱없이 모자라는 연유다. 나라 빚 축소 논란도 그래서 제기된다.
△정부의 산정 기준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 보유 국·공채 105조원을 반영하지 않은 건 논란이 크다. 국민연금이 국채를 죄다 사들인다면 명목상의 국가 부채가 제로라는 황당한 결론에 이른다. 그래도 정색하고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회계는 작성 기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투명성과 관리 의지가 더 중요하다. 정부는 충당 부채(487조원)와 보증 채무(145조원) 액수를 공개하고 부기(附記)로 따로 관리하기로 했다.
△나라 회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해서 빚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다. 부채 관리의 요체는 각 경제 주체가 경각심을 갖고 어떻게든 감축하려는 노력에 있다. 정부가 이번에 공공부문 부채를 공개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실제 감축 노력이 무엇보다 긴요하지만 기왕에 공개했다면 국가 부채 시계를 만들어 걸어두는 게 어떨지.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부근엔 미국 국가 부채를 실시간 보여주는 디지털 시계가 걸려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엔 국가 부채는 물론 갖가지 민간 부채까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국회 예산정책처 홈페이지에 국가 부채 시계가 존재한다. 국가 부채가 3초 단위로 증가하지만 어쩐지 옹색한 느낌이 든다. 이참에 제대로 된 시계를 온·오프라인에 만들자. 나라 빚의 실상을 알리는 데 세금을 쓴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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