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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칼럼] 컨설팅산업 육성하자

국민의 정부 초기로 기억한다. 과학기술부는 출연연구기관의 향후 발전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기초작업을 미국의 저명한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에 의뢰했다. 그러나 제출된 보고서는 결론도 부실하고 또 후에 참고할 만한 내용도 없었다. 한국으로서는 거액이지만 매킨지 입장에서는 소액 규모의 용역이라 많은 인원을 투입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한국의 출연연구기관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통해 지식을 수집해 과기부의 바람을 뒷받침하는 듯한 보고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한국 출신 연구원을 책임자로 지명한 것이 매킨지의 최선 전략이었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것은 컨설팅산업이야말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서비스산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매킨지라는 명품 브랜드에 맞는 용역비를 과기부가 당시 투입할 수 있었다면 좋은 보고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용역비가 제한됐기 때문에 보고서는 부실해졌다고 본다. 지식산업의 꽃인 컨설팅산업이 미국에 편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컨설팅산업도 자라고는 있다. 정책연구를 주로 하는 출연기관은 정부를 지원하면서 용역사업도 하는 컨설팅기관으로 볼 수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제연구소들도 컨설팅기관이다. 정치단체나 정부 산하 협회 형식의 컨설팅 업체들, 그리고 소규모의 수많은 전문 용역기관이 산재하고 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에 해당하는 순수 국산 민간기관은 아직 그 출현을 기대해야 하며, 세계적 컨설팅 업체의 한국지사 형태의 업체들이 그 틈새를 활보하고 있는 편이다. 한국을 컨설팅하려면 한국을 알아야 한다.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은 한국인이다. 따라서 세계적 업체라도 한국을 컨설팅하려면 한국적인 내용은 한국인이나 한국 기업에 하청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것이 한국 컨설팅산업의 육성이 필요한 첫째 이유이다. 하청 업체로서의 인건비에 만족하지 말고 주용역 업체로 부가가치의 결실을 한국에 축적해야 한다. 두번째 이유는 한국의 경험과 이에서 비롯된 지식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 및 산업 발전사는 많은 개발도상국에는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이를 전수하는 것은 세계 국가로서의 한국의 의무이기도 하다. 더구나 수출 위주의 나라 살림을 하는 한국으로서는 출초 국가들에 대한 대외 원조를 이 같은 컨설팅으로 하는 것이 가장 그 나라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월남전 참전에 대한 감사로 미국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을 지원하고 컨설팅함으로써 한국 산업 발전의 구심점을 이뤘다는 사실이 널리 회자되는 모범임을 잊으면 안된다. 한편 한국 컨설팅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값 주기”를 정부가 앞장서서 시행해야 한다. 오랜 유교 전통 위에 관료들의 상위개념이 가미돼 지식을 무료로, 또는 값싸게 제공받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태도로 인해 국내 컨설팅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다음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전망만큼 기업연구소의 전망치가 신뢰를 받듯이 이제는 민간기관이 할 수 있는 컨설팅사업은 과감히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컨설팅산업 규모를 정부가 키워주는 것이다. 특히 해외시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과학기술정책, 산업정책 컨설팅을 정부개발원조(ODA)사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노령화하는 국내 고급인력을 계속 활용하면서 그들에게 체화된 지식은 개발도상국에는 절실히 필요한 살아 있는 지식이므로 이를 전수해 환영과 감사를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 끝으로 컨설팅은 컨설팅 업체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한림원 같은 최고급인력 비정부기구(NGO)의 역할 중 하나는 국가 컨설팅이다. 정부마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나름대로 장기계획을 짜고 있으나 이는 정부가 바뀌면 무용지물이 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국가기획일수록 한림원 같은 기관의 컨설팅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또한 이는 한림원의 한 책무이기도 하다. 국가기획에 있어 한림원의 의견을 묻지 않는 정부는 5년 이상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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