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규제에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의 문법이 있다. 전통적으로 전파의 유한성에 근거한 방송매체는 사회적 책임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방송매체 신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다수의 방송사가 자유로운 의견을 제출해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보다는 단위 방송매체 내에서 책임 있고 균형 있는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방송통신융합으로 채널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방송뉴스 채널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다. 그렇기에 방송뉴스 채널에 대기업과 신문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사회적 우려가 나타나는 것이다. 공정성을 핵심으로 삼아야 할 방송뉴스 채널에 대기업과 신문기업이 직접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여론기구가 그 정치적 중립성과 경제적 독립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한나라당 미디어법안에서 핵심적으로 요구하는 방송에 대한 ‘규제완화’의 요구가 설령 방송산업에 대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부분적으로 얻어낸다손 치더라도 그 결과 방송뉴스 채널이 대기업에 종속되거나 거대 신문에 장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성과보다 보이지는 않지만 여론의 다양성ㆍ독립성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은 통신매체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미디어의 내용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통신매체의 원형인 전화에서 전화 내용을 도청하거나 규제할 수 없는 것처럼 1대1 소통을 기본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는 인터넷에서도 내용 규제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제까지 상호소통의 인터넷 문화는 정보통신산업 발달을 위한 중요한 문화적 기반이 됐으며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산물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적 규제가 인터넷 공간에서 일상화돼서는 안 된다. 미네르바의 구속에서와 같이 인터넷 공간에 공적인 규제가 이뤄지면 더 이상 인터넷에 사람이 모이지 않을 것이며 이제까지 만들어졌던 인터넷 문화는 소멸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정보기술(IT)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다. 인터넷 문화의 개화 없이 IT산업의 성장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억압땐 위축 초래
아울러 사이버 모욕죄는 실질적으로 인터넷 문화의 건전화를 위해 기여하기보다는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만을 억압하고 궁극적으로는 인터넷 문화를 폐쇄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네이버ㆍ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공적 규제가 강화되면 ‘인터넷 망명’이라는 말이 현실화될 것이며 이것은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를 후진적으로 만들고 IT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IT산업은 침체되고 얼떨결에 유튜브ㆍ구글 등 해외 인터넷사이트만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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