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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출구가 필요한 청년구직자



한가위 반갑고 정겨운 만남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화두는 자녀의 취업이다. 학교 성적과 취업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임을 알면서도 자녀 걱정에 자연스레 말머리가 돌아갔을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청년희망펀드인지 청년돕기펀드인지 뭔가를 한다니 잘될 것이라는 어른들의 위로는 애써 시선을 피하는 취업 준비생을 결국 침묵하게 만든다. 구체적 사용처나 목표금액도 없이 대통령이 직접 깃발을 들고 사회 각계각층의 참여를 독려하는 준조세나 다를 바 없는 정체 모를 모금 운동이 지금 절망과 맞닥뜨린 청년들의 괴리감만 키우기 때문이다.

그동안 청년실업 해결을 기치로 내건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제로 고용절벽 앞에 선 취업 희망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데 있다. 지난 7월 정부가 청년 고용 대책으로 내놓은 방과후강사 채용도 다르지 않다. 내년부터 2년간 4,000명을 뽑기로 했는데 사실상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없어 여차하면 사업비의 상당 부분이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겨질 상황이다. 게다가 방과후교사가 학교에 밉보이기라도 하면 여지없이 잘리는 전형적인 비정규직 자리인데도 선심 쓰듯이 내놓은 모양새니 '대규모 아르바이트 채용'이라는 비아냥거림을 탓할 일도 아니다.

취업자 숫자 짜 맞추기에 급급한 정책이 지속되는 한 구직자의 호응은 절대 기대할 수 없다. 110만여명에 달하는 청년 실업자 문제를 공급으로 풀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시장 유연화도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국내 전체 기업 근로자의 88%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정작 청년들은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대다수의 취업 준비생에게 이제껏 상상해보지 않은 벤처기업 입사나 창업 독려도 답이 못 된다. 그들은 열정만 있으면 벤처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북돋움을 받는다. 그러나 한 벤처기업 대표가 "업무는 대기업에서 배울 일이지 벤처는 신입사원을 가르칠 여력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벤처기업마저 자기 몫을 다할 전문 능력을 갖춘 신입직원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면 혼란과 절망감은 더 클 것이다.



진로 선택은 전적으로 구직자 자신의 책임이다. 다만 그들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는 사실보다 진로 선택에 도움받을 곳이 마땅히 없다는 데 더 불안해한다. 희망 일자리가 현실에서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지, 그렇지 않다면 대안의 길은 어디인지 가르쳐주는 멘토를 원한다. 일자리의 미스매치뿐 아니라 진로 선택의 미스매치도 숙제다.

청년 취업난은 마치 귀경길 고속도로와 같다. 갈수록 정체될 것을 알면서도 우회도로를 보지 못해 끝없이 밀려 들어가는 차량들 꼴이다. 쌩쌩 달릴 수 있는 샛길 표지판이 촘촘히 세워져 있다면 그것이 곧 희망이다.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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