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에서 패배한 사민당(SPD)이 지도부 교체와 노선 전환을 모색하는 등 본격적인 당 쇄신작업에 돌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민당 하원 의원들이 29일(현지시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을 새 원내의장으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후베르투스 하일 사무총장과 프란츠 뮌터 페링 당수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알려져 후임자 인선 작업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중지 빌트는 이와 관련 유연한 중도 성향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환경장관이 당수, 당내 좌파인 안드레아 나레스가 사무총장을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민당은 2주일 내에 새 지도부 구성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한 뒤 오는 11월 드레스덴 전당대회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당 노선과 관련해서는 좌파당과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는 등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를린시 사민당은 성명을 통해 "향후 연방 차원에서 좌파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민당 소속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은 한 방송에 출연, "연방 차원에서 좌파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파당은 이번 총선에서 축소된 복지혜택의 원상회복, 시장지향적 개혁의 철폐, 부자에 대한 세금인상, 최저임금 상향 조정 등을 제시해 전통적인 사민주의 지지자들을 끌어 모았지만, 적잖은 지지층 이탈도 감수해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 중진인 오토 쉴리 전 내무장관은 당 노선의 좌경화 움직임에 대해 "좌파당의 뒤를 따르는 것은 잘못"이라며 "사민당이 세금이나 올리고 새로운 규제나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비판, 당내 이념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사민당은 지난 27일 실시된 총선에서 득표율이 전후 최저인 23%를 기록했고, 하원 의석 수는 146석으로 76석이나 감소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